■ 감사원 지자체 공무원 비리감사… 36명 적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건설업체들과 각종 공사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고 뇌물과 향응, 해외여행, 자녀 취업 등의 혜택을 제공받은 비리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모두 32명에 대해 징계 또는 인사 조치를 요구하고, 4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자료로 통보했다.
감사원이 14일 공개한 ‘지방행정 취약분야 비리점검’ 결과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는 2005년 A업체와 하수처리사업 계약을 맺은 뒤 2007년 이 사업에 주민편익시설 사업(사업비 1329억 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이는 사실상 수의계약에 해당하는 데다 원가가 284억 원이나 과다 계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 공무원 2명은 A업체 돈으로 미국, 캐나다 여행을 다녀왔고 다른 담당자는 A업체가 출자한 회사에 딸을 취직시켰다.
전남 나주시의 투자유치 담당자도 지난해 1월 한 금융자문업체와 도시개발사업 자금조달 용역을 체결하면서 자문료를 최대 12억5000만 원 더 지급하는 등 특혜를 제공하고 대가로 친구와 함께 홍콩과 마카오 여행을 다녀왔다.
전남 신안군에서 가로체육공원 조성공사를 담당한 공무원은 업체 임원들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해 2개 업체로부터 모두 600만 원을 뜯어내 개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도 부당하게 올려줬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공무원 2명은 지하차도 유지관리업체에 용역비 1억9500만 원을 더 지급하는 대신 3차례에 걸쳐 단란주점에서 향응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인천시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설계를 맡은 업체가 안전과 직결된 비상대피로를 누락한 설계도를 제출했는데도 보완 요구를 하지 않고 승인해줬다.
부산시 부산교통공사는 부산도시철도 4호선 경전철 구간 공사 과정에서 13개 역사의 시설 규모가 부풀려 설계됐는데도 이를 그대로 승인해 137억2000만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