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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포인트]부산 중앙고 농구 투혼… 그 뒤의 불편한 진실들

입력 | 2012-05-15 03:00:00


1972년 6월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 농구 경기. 전남 대표 사치초교 선수들은 경남 함안 가야초교에 역전승한 뒤 눈물을 쏟았다. 사치초교는 목포에서 29km 떨어진 사치섬에 있었는데 전교생은 78명에 불과했다. 선수들이 염소젖을 먹었다거나 담당 교사가 농구대를 만들기 위해 8km 산길을 걸은 뒤 1시간 나룻배를 타야 했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외딴섬 초미니 학교의 승리는 진한 감동을 전했다.

지난 주말 원주에서 끝난 협회장기 전국농구대회 결승. 출전 가능 선수가 5명뿐인 부산 중앙고가 용산고와 맞붙다 4쿼터 막판 두 명이 5반칙 퇴장을 당해 3명만이 뛴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마치 40년 전 사치섬 어린이 같은 애처로운 투혼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차이가 있었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농구인들은 1쿼터부터 밀리던 부산 중앙고 지도자가 경기 진행에 불만을 품고 이미 4쿼터 종료 1분 전 4반칙에 걸린 2명의 선수에게 일부러 파울을 하라고 지시해 퇴장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최부영 경희대 감독과 박안준 중고연맹사무국장은 “어린 학생들에게 승패를 떠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 하는 게 지도자의 도리”라고 말했다. 부산 중앙고는 결승 진출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지만 개운치 않은 뒤끝을 남겼다. 한 일선 지도자는 “스카우트 분쟁에 따른 감정 대립의 연장선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서울 초등학교 남자 농구팀은 6개인데 중학교는 10개, 고등학교는 11개로 기형적인 구도다. 선수 수급을 위해 서울 팀에서 지방 팀의 유망주 영입에 소매를 걷어붙이면서 지역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