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관-국제관에 현대미술 작품 설치SK전시관은 아트디렉터가 꾸며 관람객들 발길 끌어
2012 여수세계박람회’는 다양한 볼거리와 더불어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SK텔레콤관은 가요 ‘아름다운 강산’을 주제로 만든 이준익 감독의 영상 작품을 선보여 관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SK텔레콤 제공
이들은 미술관이 아니라 2012 여수세계박람회의 SK텔레콤관에서 만난 작품들이다. 다른 기업관과 달리 이곳은 류병학 씨가 아트 디렉터로 참여해 기술과 예술, 디지털과 아날로그, 개인과 공동체가 어우러진 전시장을 꾸몄다.
엑스포는 기술적 발명과 풍성한 볼거리를 선보이는 축제지만 이번 여수 엑스포에선 현대미술과 가까워지는 체험도 제공한다. 시청각 자료와 쌍방향 기술을 활용한 다채로운 행사장을 순례하면서 미술작품을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예술작품을 주목한 SK관은 이야기가 흐르는 공간이다. 2층 화장실의 ‘나 홀로’ 감상하는 애니메이션, 3층 초대형 영상관에서 4개 벽면을 따라 펼쳐지는 영상 ‘아름다운 강산’ 등 참여, 소통, 공간을 화두로 한 작품이 즐비하다. 특히 영화감독 이준익 씨가 동명 가요를 테마로 해서 만든 영상에는 박정현의 열창과, 전국을 누비며 촬영한 풍광에 유명 작가에서 이름 없는 어부까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 1000여 명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뮤직 비디오 형식에 담겨 있다. 역동적 영상에 버무려진 ‘너의 마음은∼ 나의 마음, 나의 마음은∼ 너의 마음∼ 너와 나는 한마음∼∼’이란 노랫말이 가슴을 세차게 두드리며 관객들의 합창을 유도한다. 현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7세부터 70세까지 보는 공간이란 엑스포의 대중적 소통을 감안해 영상 속 사람들과 관객들이 함께 즐기는 영상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이곳과 이웃한 삼성관은 찰스 장, 강영민, 아트놈, 엄정호 씨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해 갤럭시 노트를 이용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관에선 철의 부산물로 만든 정현 씨의 대형 조각을 선보였다. 제철 공정에서 만들어진 부산물을 재료로 삼아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힘찬 에너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국제관인 싱가포르관에서도 버려지는 자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싱가포르 아티스트 데이비드 챈 씨는 일상에서 쓰레기로 취급되는 온갖 재활용품으로 거대한 벽면 설치작품을 꾸몄다.
○ 풍경과 만나다
다양한 전시관의 외부, 내부 디자인도 엑스포의 볼거리다. 국민대 장윤규 교수가 설계한 현대자동차그룹관과 관객이 잠수함에 탄 듯 가상의 360도 심해 여행 공간을 내부에 만든 독일관 등이 눈길을 끈다.
여기저기 걷다 보면 바다를 향해 활짝 열린 전시장과 옥상 등에서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엑스포의 주제를 설득력 있게 일깨우는 존재가 수시로 말을 걸어온다.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오래 시선을 사로잡는 것, 바로 여수 바다의 푸른 물이다.
여수=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