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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온다, 거대한 구름을 몰고…

입력 | 2012-05-16 03:00:00

방한 아마존 수석부사장 “AWS 안정적 서비스 주력”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아마존 웹서비스(AWS)’가 그 시작이다. 아마존은 11일 AWS의 한국어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 세계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이 온다

AWS는 기업이 서버 컴퓨터 같은 값비싼 장비를 직접 구입하는 대신 아마존에서 빌려 쓸 수 있도록 돕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산 관련 투자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는 지금까지 게임을 만들면 서비스를 하기 위해 값비싼 장비를 사야만 했다. 한번에 소비자가 수백 명 몰릴지, 수만 명 몰릴지 예측하기 어려워 일단 수만 명 기준으로 장비를 사는 것이다. 이럴 때 AWS를 이용하면 게임에 실제로 접속한 소비자의 사용량만 계산해 아마존에 요금을 내면 된다. 게임 회사는 과잉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익이다.

아마존이 처음 AWS를 시작한 건 2006년의 일이다. 2000년대 중반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아마존은 급증하는 고객을 감당하기 위해 IT 설비 투자를 대폭 늘렸는데 이렇게 늘린 인프라가 남아돌았다. IT 인프라는 전기와 비슷해서 고객이 몰릴 땐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지만 고객이 없으면 설비가 쓰이지 않아 자원이 낭비된다. AWS는 이렇게 남는 자원을 다른 기업에 빌려주자는 사업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AWS 사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금은 아마존 전체가 쓰는 사용량이 AWS의 설비를 빌려 쓰는 여러 기업 가운데 하나 정도의 수준이 됐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셈이다.

AWS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세계 IT 기업 사이에서 인기다. 이번 한국어 서비스 시작에 맞춰 방한한 앤디 재시 아마존 수석부사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사용료를 올리기는커녕 19차례 내렸다”며 “아마존은 본질적으로 유통업체라 매출을 늘리면서 이익은 적게 얻는 사업에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값을 계속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기업의 아마존 활용

아마존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건 AWS의 한국어 서비스 이전부터 알아서 AWS를 찾아온 한국 고객들 덕분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AWS를 이용해 스마트TV의 콘텐츠를 다루는 시스템을 만들 때 3400만 달러(약 391억 원)를 절약했다. AWS가 쓴 만큼만 돈을 받기 때문에 ‘피크타임’에 대비한 투자를 줄일 수 있었다.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GMI)는 슈퍼컴퓨터 수준의 값비싼 장비가 필요한 개인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시간을 절반 이상 줄였다. AWS의 IT 인프라가 워낙 커서 슈퍼컴퓨터 못잖은 성능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도 드러났다. 아마존이 일종의 ‘컴퓨터 발전소’ 역할을 하면서 정전되듯 클라우드 컴퓨팅에 장애가 생기면 고객사 서비스들이 멈춰 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도 여러 기업이 동시에 이런 장애를 겪은 바 있다.

재시 부사장은 “장애는 미국 동부지역에 한정됐고 아주 작은 수준이었다”며 “AWS가 선구자 역할을 하다 보니 생긴 문제로 앞으로 더 안정적인 서비스가 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