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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지천명(知天命)

입력 | 2012-05-16 03:00:00

知: 알 지 天: 하늘 천 命: 목숨 명




나이 오십을 말하는 것으로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논어 위정 편)’, 즉 나이 쉰에 하늘의 명을 안다는 말에서 나왔다. ‘천명’이란 사물에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이치 혹은 하늘이 부여한 사명이다. “나(공자를 지칭)에게 몇 년을 더 보태주어 쉰 살이 될 때까지 ‘역’을 배우게 된다면 (천명을 알아) 큰 허물을 없게 할 것이다(加我數年, 五十以學易, 可以無大過矣·논어 술이 편).”

공자가 나이 오십에 ‘역’을 배운 것과 오십에 천명을 알았다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군자삼외(君子三畏)라는 말, 즉 “군자에게는 두려워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천명을 두려워하고, 대인을 두려워하며,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해야 한다(君子有三畏. 畏天命, 畏大人, 畏聖人之言·논어 계씨(季氏) 편)”고 한 말에서 알 수 있듯 공자에게 있어 ‘천명’이란 말은 외경(畏敬)의 첫 번째 대상이었던 셈이다. 공자는 “소인은 천명을 알지 못하므로 두려워하지 않고 대인을 함부로 업신여기며 성인의 말을 함부로 대한다(小人不知天命而不畏也, 狎大人, 侮聖人之言)”고 덧붙였다. 군자와 소인의 근본적인 차이는 천명을 인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역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도록 운명지어졌는지 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자는 “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不知命, 無以爲君子也·논어 요왈 편)”고 했듯 그는 인간에게 정해진 운명을 수용하고자 한 듯하다. 심지어 그가 천하를 주유하면서 제후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수많은 난관에 부닥치면서도 내뱉은 말은 “도가 장차 행해지는 것도 천명이고 도가 장차 없어지는 것도 천명이다(道之將行也與, 命也. 道之將廢也與, 命也·논어 헌문 편)”는 것이었다.

결국 ‘지천명’이란 정해진 삶의 틀을 편안히 인정하면서 세태에 흔들리지 말고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선비처럼 살아가라는 성현의 충고가 아니겠는가.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