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여성장교 특채 1호 최가영씨
여성 장교 출신으로는 처음 삼성전자에 입사한 최가영 씨는 군에서 익힌 리더십을 바탕으로 여성 리더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최가영 씨(29)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화장을 곱게 하고 목에 사원증을 단정하게 건 모습이 영락없는 대기업의 20대 신입사원이다.
하지만 최 씨는 올해 2월까지 해군 장교였다. 사관생도 시절부터 따지면 10년 가까이 군복을 입고 바다를 누볐다. 부산에서 태어나 푸른 바다에 어울리는 해군의 흰 제복과 절제되고 반듯한 군인 생활을 동경해 해군이 됐다.
최 씨가 입사할 수 있었던 데는 뛰어난 외국어 실력이 한몫했다. 최 씨는 영어와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덕분에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통역장교가 아닌 작전장교 신분으로 외국 귀빈 통역을 담당했고 미군과의 합동훈련 때도 통역으로 활약했다.
삼성전자는 군함에 승선한 170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면서 100명이 넘는 남자 사병들을 카리스마 있게 지휘하는 과정에서 최 씨가 익힌 리더십에도 주목했다. 최 씨는 2009년 11월 10일 서해 대청해전에서 북한과 전투를 치렀고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에는 배와 함께 침몰한 전우들을 구하기 위해 2차 수색작전에 참여했다.
“약하고 여성적인 것을 금기시하는 군에서 ‘내가 왜 이렇게 여성성을 감추고 살아야 하나’라는 후회가 들었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군 생활을 겪으면서 남성 중심 조직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고 여성의 섬세함과 꼼꼼함을 발휘할 수 있어서 제 그릇이 더 커졌습니다.”
해군 생도 시절 최가영 씨.
군에서는 남자 사병들이 꼼짝 못하던 장교였지만 지금은 팀원 10명 가운데 홍일점이자 막내다. 군 생활과 비교할 때 업무는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최 씨는 “리더로 부하들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어서 상사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고 군 간부로 주도적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금까지는 군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힘썼지만 이제는 삼성전자 제품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