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11월 27일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고문 하비 밀크가 조지 모스콘 시장과 함께 시청 안에서 동료의원 댄 화이트에게 살해됐다. 6·25전쟁에도 참전했던 밀크는 미국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인물. 동성애 혐오론자인 화이트가 일급살인이 아닌 충동살인이 적용돼 7년 8개월의 가벼운 형을 선고받자 분개한 전국의 동성애자들이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항의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 내용이 2008년 영화 ‘밀크’로 만들어지자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밀크에게 성적(性的) 소수자의 인권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최고의 훈장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추서한다.
▷무지개색이 동성애를 상징하는 것은 소수의 성적 취향을 비롯한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의미다. 무지개 깃발을 디자인한 화가 길버트 베이커는 당초 빨주노초파남보 7색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남색이 빠진 6색만 남아 있다. 한국에서도 무지개색 셔츠나 여행가방끈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의미를 모르고 쓰는 것 같다. 외국에 나가 자칫하면 동성애자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실제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가에서는 집에 무지개색 깃발을 꽂아 동성애자임을 알리는데 깃발 없는 집을 찾기가 힘들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