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 기자
김 시장의 자신감은 세계적 투자가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81)의 영향이 커 보인다. 버핏 회장은 2007년과 지난해 대구를 방문하면서 김 시장과 각별한 인연을 만들었다. 버핏 회장이 투자한 세계적 절삭공구업체인 대구텍이 계기가 됐다. 연매출 5000억 원인 대구텍은 버핏 회장이 2006년 이스라엘의 절삭공구 전문기업 IMC 지분을 80%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갖게 된 회사다.
김 시장은 버핏 회장의 초청으로 최근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시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여기서 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의장도 만났다. 대구를 위해서나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게다가 이번 미국 방문에서 김 시장은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태양전지업체인 스타이온사와 3억2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유치도 이끌어냈다. 대구시의 투자유치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미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버핏 회장은 대구텍에서 이스라엘의 벤처기업 정신을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구 780만 명인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벤처기업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다. 버핏 회장이 대구텍에 투자한 이유도 영원한 기업가 정신인 벤처의 뜻을 파악하고 특별한 투자가치를 느꼈기 때문일 수 있다.
이스라엘의 벤처기업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후츠파’ 정신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후츠파는 ‘뻔뻔스럽고 끈질긴 태도’를 가리키지만 벤처기업의 개척 정신을 품고 있는 말이다. ‘될 때까지 악착같이’라는 대구시의 슬로건과도 통한다.
대구는 지역내총생산(GRDP)이 20년 가까이 전국 꼴찌여서 자존심이 크게 구겨졌지만 하기에 따라서는 크게 반전시킬 가능성이 늘 열려 있다. 지금 김 시장의 씩씩한 걸음걸이는 그 가능성을 하나씩 열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대구시가 버핏 회장과 대구텍, 후츠파 정신에서 대구의 활기찬 미래를 위한 교훈과 에너지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