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122.3m²형(37평) 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경미 씨(39) 가족은 보통 220kWh를 사용해 3만 원이 넘지 않는다. 4인 가족인 이 씨 집에 있는 가전제품은 강남의 박 씨 가정과 별 차이가 없다. 에어컨 TV 노트북 식기세척기 트레드밀(러닝머신)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한 달 수입이 400만 원 정도인 이 씨 가족은 전기요금에 민감한 편이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고 가전제품에는 ‘멀티탭’을 달아 대기전력 낭비를 막았다. 이 씨는 “빠듯한 살림이다 보니 전기요금도 최대한 아끼려고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에어컨 켠 채 가게문 활짝 올여름 에너지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의 한 상가가 선선한 날씨에도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도시 거주민의 전기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전력 대란 예방 차원에서 도시민의 자발적인 전기 아끼기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기간 시도별 1인당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서울(112.7kWh) 대전(107.8kWh) 대구(107.3kWh) 경기(107.1kWh) 울산(106.8kWh) 인천(106.7kWh) 부산(106kWh) 광주(104.5kWh) 순이었다. 이에 따라 전기 절약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체 전기 사용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주택용에서 절감 효과를 보려면 고소득층과 도시민이 전기 절약에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다. 최승철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은 “전기를 덜 쓰는 지방은 수도권과 광역시보다 발전소와 고압선로가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를 더 받고 있다”며 “전기 생산 혜택을 누리고 있는 도시민들이 전기를 절약하고 비용도 더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