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이 합성어로 막다른 궁지에 몰린다는 뜻이 된 것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다. 억불숭유(抑佛崇儒)정책에 따라 천민으로 전락한 승려들이 살아갈 길은 깊은 산속으로 은둔하거나 관가에서 필요로 하는 잡역에 종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산속에서 수행을 이어간 승려를 이판승, 종이를 만들어 공급하거나 산성을 축조해 지킴으로써 연명한 승려를 사판승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판승이든 사판승이든 당시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인생의 끝장을 의미했으므로 이판사판이란 말이 생겼다.
▷조계종에서 쫓겨난 한 전직 승려가 조계사 전 주지 토진 스님 등 승려 8명의 도박 동영상을 폭로한 데 이어 ‘에라 이판사판이다’는 식으로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봉은사 전 주지 명진 스님 등이 2001년 서울 강남의 최고급 룸살롱인 ‘신밧드’를 드나들었다고 폭로했다. 신밧드 사건은 불교계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명진 스님 스스로도 인정했다. 다만 술자리 후 여종업원들과 잠자리가 있었는지는 확인된 것이 없다. 그러나 스님들이 룸살롱에서 승복을 입은 채 여종업원들과 17년산 발렌타인 위스키 3병을 비웠다는 당시 목격자의 증언만으로도 외부인들에게는 충격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