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상황 직접 체험하고… UCC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몸으로 널리 알리죠”
1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 공무원들이 모여 주택정책 방향을 놓고 회의하고 있다. 왼쪽 앞부터 시계방향으로 성호철 주택정책과 서기관, 권혁진 주택건설공급과장, 유성용 주택정책과장, 박상우 주택토지실장, 김영아 주택정책과 사무관, 김영한 주거복지기획과장, 김기용 주택정책과 사무관. 국토해양부 제공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 공무원들이 직접 기획, 제작한 손수제작물(UCC). 뉴스형식으로 주택토지정책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동영상에서 공무원들의 ‘발연기’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유튜브 화면캡쳐
○ 시장 눈높이 맞추려 고심
권도엽 장관, 한만희 1차관, 박상우 주택토지실장, 이원재 주택정책관 등 현재 국토부의 정책라인은 주택정책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로 포진돼 있다. 주택토지실의 과장 이하 직원들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와 서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하다. 오랫동안 주택정책을 펼치다 보니 묘한 상황도 펼쳐진다. 권혁진 주택건설공급과장은 “내가 과거에 박은 ‘대못’을 지금 유성용 주택정책과장이 뽑고 있는 걸 지켜보고 있다”며 웃었다. 박 실장도 주택정책과장 시절인 2004년 자신이 지정했던 주택거래신고지역을 이번 대책에서 자신이 해제했다.
시장위축이 심각한데 찔끔찔끔 규제완화를 하는 ‘요실금 대책’이라는 비판에 대해 박 실장은 “처음부터 약을 독하게 쓰면 잠깐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상황을 보며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나가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 마이크 들고 정책홍보까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라는 요구에 공무원들도 사무실만 지킬 수 없다. 성호철 주택정책과 서기관은 “시장동향을 살피기 위해 매주 중개업소 등 현장을 돌아봐야 한다”며 “처음엔 쭈뼛쭈뼛했지만 지금은 실제 집을 살 것처럼 능숙하게 연기한다”며 웃었다.
정책입안에다 현장까지 챙기다 보면 야근을 밥 먹듯 할 수밖에 없다. 성 서기관은 “언제 전화가 올지 몰라 샤워할 때도 휴대전화를 목욕탕에 들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아 주택정책과 사무관은 “소개팅을 나가면 ‘칼퇴근에 주말에 쉬니 좋겠다’고들 하지만 정작 연애할 시간이 없다”며 선배들을 바라보고 살짝 눈을 흘겼다.
○ ‘강남 보은정책’요? 저도 ‘하우스푸어’랍니다
주택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부동산 재테크 실력은 어떨까. 모두들 낙제점에 가깝다고 고개를 젓는다. 서울 강남 3구에 입성한 사람은 없다. 박 실장은 경기 군포시 산본, 이 국장은 경기 안양시 인덕원에 산다. 주택담보대출에 묶인 하우스푸어, 반전세(보증금부 월세) 등 거주 유형도 다양하다.
박 실장은 “전 정부 때는 집값이 안 오르게 하는 정책을 쓰다 보니 스스로도 집값이 더는 안 오를 것이라는 최면에 빠져 강남 3구 등에 집 살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권혁진 과장도 “내 믿음을 주위에 전파해 주변 사람들까지 손해 보게 했다”고 거들면서도 “단기적으론 시장이 우리 기대만큼 움직여주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정책방향이 맞았고, 지금 정책도 좀더 기다리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로 다가온 세종시 이전도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 주택정책 주무과장인 유 과장은 세종시 아파트에 8번 청약했다가 번번이 떨어졌다. 분양을 받은 사람들도 입주는 2014년 이후여서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할 판이라 가슴이 먹먹하다.
성 서기관은 “강남 사는 공무원들이 서민 어려움을 모른다고 할 때 참 속상하다”며 “민원인들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저도 마찬가지랍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