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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Dream/주목 이사람]용산 국제업무지구 MP 다니엘 리베스킨트

입력 | 2012-05-18 03:00:00

하늘을 찌를 듯한 23개의 초고층 건물 ‘빌딩 섬’ 되지 않도록…
이곳이 서울, 또 용산임을 생각해 설계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디자인할 때 가장 신경 썼던 점은 이곳이 서울, 그리고 용산이란 지역에 뿌리를 두고 문화적 맥락을 갖게 하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리 아름답고 화려한 건물들이라고 해도 지역과 연계되지 않는 것은 소용이 없기 때문이죠.”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의 마스터플래너(MP)를 맡은 미국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 씨(사진)는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건축·도심개발의 패러다임을 다시 쓰고 ‘21세기 서울의 르네상스’를 불러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용산의 역세권 일대를 개발하기 위해 2006년경부터 추진됐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사업은 최근 최종 기본계획안을 확정해 공개했다.

현대 해체주의 건축의 거장인 리베스킨트 씨는 9·11테러로 붕괴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재건하는 ‘그라운드제로’ 설계의 총괄책임을 맡은 세계적인 건축가다. 다양한 대형 프로젝트를 도맡았지만 그는 “규모와 진행방식 면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같은 프로젝트는 처음이며 건축가로서 어떤 프로젝트보다 큰 기대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23개의 초고층 건물은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렌초 피아노 씨 등 세계적인 유수 건축가들이 맡았다. 유례없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협업 과정 자체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리베스킨트 씨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건축가 개개인이 가진 창의성과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의견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특히 111층, 높이 620m에 이르는 초고층 빌딩 ‘트리플 원’을 비롯해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이 지역이 서울의 ‘섬’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하늘을 찌를 듯한 초고층 건물들은 얼핏 보면 무국적성을 띠고 있지만 전통가옥의 기왓장 무늬를 형상화한 외벽 디자인, K팝 공연장 등 요소요소마다 한국적 특색을 담고 있다.

리베스킨트 씨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은 편이다. 2004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타워 ‘탄젠트’를 설계했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창조적 에너지와 영감을 느낀다”며 “특히 2000년대 이후로 공공 공간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한강 주변을 비롯한 도시 공간이 훨씬 긍정적으로 변모해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감도가 완성됐으니 본격적인 작업은 지금부터”라며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설계에서처럼 근사한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