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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지승지도(知勝之道)

입력 | 2012-05-18 03:00:00

知: 알 지 勝: 이길 승
之: 어조사 지 道: 길 도




전쟁에서 승리를 알아차리는 다섯 가지 이치라는 말로 손자의 말이다. “싸워야 할 때를 아는 것과 싸워서는 안 될 때를 아는 자는 승리한다. 병력이 많고 적음에 따라 용병법을 아는 자는 승리한다. 위(장수)와 아래(병사)가 한마음으로 하고자 하면 승리한다. 준비하고 있으면서 준비하지 못한 적을 기다리는 자는 승리한다. 장수가 유능하고 군주가 조종하려 들지 않으면 승리한다. 이 다섯 가지는 승리를 알 수 있는 이치다(知可以戰, 與不可以戰者勝, 識衆寡之用者勝, 上下同欲者勝, 以虞待不虞者勝, 將能而君不御者勝. 此五者, 知勝之道也·손자병법 모공 편).”

손자가 말하는 승리의 요건은 판단력, 용병의 유연성, 상하의 일치된 마음, 준비성, 정치적 간섭으로부터의 자유 등으로 지극히 평범하지만 ‘모공(謀攻)’의 핵심이 들어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상대에 대한 대비와 군주의 불간섭이 승리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위아래, 즉 장수와 부하의 단합이 잘되어 적군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으로 용병은 심리적인 문제요, 인화(人和)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상식적인 군주라면 장수의 독자성을 배려해 주고, 장수 역시 소신에 따라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장수는 야전사령관으로서 군주가 내정에 충실하도록 밖에서 잘 보좌하게 될 때 나라가 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주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전쟁터의 일을 궁궐에서 함부로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손자는 군주의 세 가지 금기 사안을 말하면서 군대의 진퇴(進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명령하거나 삼군(三軍)의 사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군정(軍政)에 참견하거나 삼군의 권한을 알지도 못하면서 직책을 맡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무자인 장수는 전쟁의 전권을 쥐고 일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전제이며, 결국 백전불태(百戰不殆)하게 되는 관건이기도 하다. 아전인수(我田引水)하듯 자신의 능력이나 아군의 전력을 과대포장하고, 기고만장하여 상대를 무시하다가 대사를 그르친 사례는 춘추전국시대에 수없이 많았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