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최근 부의 불평등을 놓고 ‘99% 대 1%’ 논쟁이 뜨거웠는데, 이곳 사람들은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또 다른 1%”에 해당한다. 파인리지는 정부의 빈곤대책과 원주민 보호시스템의 실패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섀넌카운티의 2010년 1인당 수입은 미국 전체에서 꼴찌였다.
미국에서 빈곤은 알코올 혹은 약물 의존, 해체된 가정, 부실한 교육이 겹치며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파인리지도 마찬가지여서 세대가 바뀌어도 가난은 자기 복제처럼 대물림된다.
현재 파인리지의 실업률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구할 수 있는 직장이라곤 정부 채용이나 인디언부족 관련 일밖에 없다. 물론 인디언보호구역이 다 이렇진 않다. 도박사업 유치로 큰 수익을 내는 곳도 있다. 하지만 파인리지의 초원에선 그런 사업은 환상에 불과하다.
이곳에선 40대 이상 주민의 절반이 당뇨병에 시달린다. 결핵 발병률은 미국 전체 평균보다 8배나 높다. 성인의 3분의 2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이며, 이로 인해 신생아의 25%가 정신장애를 갖고 태어난다. 파인리지의 기대수명은 40대 후반인데, 이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보다 못한 수준이다. 인디언 가운데 고등학교 졸업자 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왜 파인리지는 외부의 투자를 유치해 발전을 도모하지 않을까. 스스로 야기한 것이기도 하다. 기업가에게 ‘믿을 만한 노동자’란 신뢰를 주지 못했다. 인디언학교 운영자인 로버트 하트 씨는 “이곳 사람들이 게을러서 결근을 밥 먹듯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이곳 인디언들은 영원히 빈곤에 허덕여야 할까. 해결하려면 꼭 개선해야 할 과제가 있다. 알코올, 약물 남용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법을 강화하든 치료사업을 벌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둘째, 투자를 막는 구조적 장벽을 없애야 한다. 인디언보호구역은 공공 지역이란 이유로 개인 투자자들이 담보 설정도 할 수 없다. 지원은커녕 규제만 가득하니 누가 투자하겠나. 마지막으로 인구 유입을 늘릴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원주민조차 이 땅을 등지는 현실이 지속된다면 빈곤 탈출은 요원하다.
파인리지 인디언보호구역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물론 그들이 일자리를 스스로 창출할 능력은 없다. 그러나 지난 2세기 동안 자신만의 문화를 지키며 놀라운 적응력과 경제회복 능력을 입증한 수많은 다른 인디언 부족들을 보라. 희망만 다시 찾는다면 불가능이란 없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