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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검사를 성폭력 전담부로… ‘性 불감증’에 빠진 檢

입력 | 2012-05-18 03:00:00

■ 남성중심 조직문화 비판 확산




올해 신임 검사 10명 중 6명꼴로 여성의 검사 임용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남자 검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여검사가 최근 몇 년 새 다수 있었던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여자 검사시보나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남자 검사 3명이 지난해 처음으로 징계를 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성추행 검사’를 징계하고도 성폭력전담부로 발령 내고 강간 혐의로 입건된 검찰 직원 5명 중 2명에 대해서는 별다른 징계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성추행 검사를 성폭력전담부로 발령


동아일보가 대검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입수한 징계 현황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처음으로 성폭력을 사유로 검사를 징계했다. 2000년부터 감찰 통계를 관리해 오고 있는데 2010년까지 단 한 건도 없다가 지난해 검사 3명이 면직 감봉 견책의 징계를 받은 것.

이들은 실무수습을 받는 여자 검사시보나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했다. 광주지검 장흥지청 K 검사는 노래방에서 여자 검사시보와 술을 마시다 강제로 입을 맞춘 혐의로 면직됐다. K 검사는 다른 지청에서 아동성폭력 사건 등을 맡는 소년부 검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청주지검 부장검사였던 P 검사도 여자 검사시보 2명에게 노래방에서 블루스를 추자고 해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고 서울고검으로 옮겼다. S 검사는 법무연수원 교수로 근무할 당시 함께 회식하던 여검사 2명에게 입맞춤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해 견책 처분을 받았다. S 검사는 징계 6개월 만인 지난해 8월 서울고검 공판부로 인사발령을 받아 성폭력 전담 검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1월 이 검찰청 블로그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성폭력 사건을 재수사해 진범을 찾아내고 피고인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준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최모 부장검사는 3월 여기자들의 허벅지를 만지고 ‘집이 어디냐, 같이 나가자’고 추행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 여검사들 “검찰 내 성폭력 불감증 심각”

검찰은 그동안 강간 등 성폭력으로 형사 입건된 직원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해 왔다. 대검 범죄통계에 따르면 2002∼2010년 강간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검찰 공무원은 모두 5명이다. 이 중 2명은 아무 징계도 받지 않았고 2명은 감봉 견책 등 경징계에 그쳤다. 검찰이 일반 범죄자는 엄격히 처벌하면서 제 식구는 감싼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 나거나 고소가 취하돼서 징계를 안 했을 가능성이 있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성추행으로 징계를 받은 검사들도 가장 중한 징계가 면직이어서 실질적 불이익은 크지 않았다. 해임 처분을 받으면 변호사 개업도 3년간 못하고 퇴직금도 25% 깎이지만 그보다 한 단계 가벼운 면직은 검사직만 잃게 된다.

여검사 사이에선 성폭력에 대한 남자 검사들의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최근엔 로스쿨 학생이 검찰이나 법원 실무에 대거 투입되면서 성추행을 당하고도 검사 판사로 임용되기 위해 문제 제기를 못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지검의 8년차 여검사는 “검찰의 남성중심적 술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향후 성추행 사건이 계속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판사는 성폭력과 관련해 내부 징계를 받은 사례가 아직 없다. 지난해 지하철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서울고법 황모 판사는 사건 직후 사직해 징계를 받지 않았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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