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 통진 → 안철수 ‘野연대 3단로켓’ 막을 사람 누구냐”
《 노동운동가 출신 서민 대통령….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꿈이다. 그는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만큼 민생을 아는 대선주자가 누가 있느냐”며 “지지율 상승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국정 운영은 (박정희) 후광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종북 세력을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국가가 유지되지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불도저가 아니라 햄릿이다” 등의 얘기도 쏟아냈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종북세력과 종북세력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 운전대를 빼앗기지 않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선진 통일국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들을 줄기차게 반복했다. 끊임없이 도전의 삶을 살아온 데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한편으론 절박감도 큰 듯했다. 지난달 22일 여야를 통틀어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낮은 지지율은 좀처럼 뛰어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터뷰는 경기 수원의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20일이 넘었다.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나.
“인지도는 올라간 거 같다. 김문수라는 사람이 대선에 나온다는데, ‘웃기네’ 하는 사람도 있고, ‘박근혜한테 되겠어?’ 하는 사람도 있고, ‘왜 나오는데?’ 하는 사람도 있다. 하여튼 이런 사람이 나온다는 건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지지율은 안 오른다.
“기존 새누리당 지지층과 60대 이상에서 지지율이 많이 빠졌다. ‘제2의 이인제, 제2의 손학규가 나온 것 아니냐’는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것 같다. 또 내가 막 때리니까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층이 뭉치고 있다.”
―새누리당 지지자가 왜 김 지사를 견제한다고 생각하나.
“우선 탈당할 것이란 우려가 큰 것 같다. 이전 지사들이 다 탈당했잖은가. 나는 탈당 안 하거든. 절대 안 한다고 하는데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다. 둘째, 박 전 위원장을 많이 비판해서 박 전 위원장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걱정하듯이. 마지막으로 도지사직을 사퇴해서 ‘제2의 오세훈’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경기도지사 자리가 야권연대의 ‘빅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래서 도지사직 사퇴를 번복했나.(김 지사 측에서는 도지사직 사퇴를 번복하면서 대선 출마 선언을 가장 먼저 하고도 이벤트 이후 지지율 상승 현상을 의미하는 ‘컨벤션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자체 분석한다.)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게 옳은 태도였다. 하지만 사퇴 이후 부작용이 너무 컸다. 내가 거꾸로 묻고 싶다. 박근혜 정몽준 문재인, 그 사람들은 12월 대선에 나서면서 왜 4월 총선에 출마했나. 그건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다. 그게 여의도식 화법이다.”
―김 지사의 지지율은 빠지고 박 전 위원장의 지지층은 뭉치면 당내 경선에서 어떻게 박 전 위원장을 이길 수 있나.
“시간이 지나면 ‘박근혜가 되겠어?’ ‘박 전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보다 소통이 더 잘될까?’ ‘저 사람(박 전 위원장)이 민생을 알까?’ ‘대북관계 제대로 풀까?’ ‘종북좌파와의 싸움에서 선봉장이 될까?’…. (국민이) 이런 질문을 던질 테고, 그때 김문수를 (그 질문에) 대입해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김 지사의 말은 점점 빨라졌다. 그는 “종북좌파든, 주사파든, 통합진보당이든, (북한) 김정은이든, (중국 부주석) 시진핑이든 누구와 앉아 있든 김문수가 호락호락하게 술수나 책략에 넘어갈 사람이냐”고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김 지사는 “민혁당은 재건해서 암약하고 있다고 본다. 종북세력은 대한민국에 존재해선 안 되고 북한에 가야지”라며 “대한민국이 북한이라는 어마어마한 세력 앞에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국방력과 공안기관 덕”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정보원과 대검 공안부, 경찰 공안파트 등이 이 나라를 지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러다 억지로 잡기도 했지만…”이라며 “그런 세력(종북좌파)에 대해 면밀하게 관찰하고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운동 시절 보안사에 끌려가 온갖 고문을 받은 그이기에 공안기관에 대한 높은 평가는 다소 의외였다.
그는 ‘119 전화사건’ 얘기를 먼저 꺼냈다. 김 지사는 “나한테 가장 부정적 이미지가 ‘119도지사’다. 젊은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악영향을 미쳤다. 김문수 하면 관등성명이나 대라고 하는 완전 ‘꼰대’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며 답답해했다.
이어 “(경기도내) 소방관 6000여 명을 관리할 책임이 나한테 있다. 복무기강을 바로잡는 게 잘못한 것이냐. 만약 박 전 위원장이 암 환자를 위해 119에 직접 전화를 했다면 미담이 됐을 것이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을 평소 많이 비판한다.
“정당이 투명하거나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독심술’을 발휘해야 한다. 이 대통령과 비교할 수 없는 소통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청와대까지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나. 예전에 이런 정치를 본 적이 있느냐. 국민들이 이걸 우아하다고 받아들일까. 전설적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우려할까. 박 전 위원장의 리더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 리더십’이다. 박정희 후광은 박 전 위원장이나 새누리당에 큰 자산이다. 하지만 개방하고 열린 리더십을 통해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국정운영을 후광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나.”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이 위기의 당을 맡아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지 않았나.
“나도 높이 평가한다. 역시 박다르크(박근혜+잔다르크)다. 그야말로 개선장군이다. 그러나 12월에 다가올 더 큰 전쟁에서의 승리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12월에 다가올 더 큰 전쟁’을 어떻게 전망하나.
“야권의 3단 로켓 전술은 매우 위협적이다. 1단계는 민주통합당 내부 경선, 2단계는 민주당과 통진당 연대, 3단계는 안철수 교수와의 단일화가 준비돼 있다. 야당의 다단계 로켓 발사 요술에 정치적 부동층은 최면에 걸려 넘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완전국민참여경선을 해야 장외 요술을 제어할 수 있다.”
―이 전쟁에서 김 지사의 승리 전략은 무엇인가.
“서민대통령, 민생해결사다. 박 전 위원장이 4·11총선 뒤 ‘민생은 안 챙기고 정쟁만 한다’고 말했는데, 누가 누구보고 민생을 얘기하나. 시장에 악수하러 다닌다고 민생을 알겠느냐.”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어떤가.
“지방 사정을 많이 알고 친화력이 있지만 국정을 맡기기에는 비전과 경륜이 아직 아니지 않느냐. 손학규나 이해찬은 간단한 사람들이 아니다. (김두관 지사가) 나하고 붙으면 게임이 되겠느냐.”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와는 연대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우리는 대학 동기다. 대학 동기들에게 물어봐라. 누가 나라를 맡으면 좋을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어떤가.
“(임 전 실장이) 담대한 얘기를 했더라. 박 전 위원장에게 킹메이커를 하라고. 나는 간이 작아서 그 얘기를 못하겠더라.(웃음) 국민이 좀 수긍할 수 있을 때 해야지. 아직은 좀 이르지.”
김 지사의 인물평은 거침이 없었다. 이재오 의원에 대해 묻자 “좋은 분이다. 정치력이나 이런 것은 훨씬 앞서는 분이다. 정치적 지략이 많은 분이다”고 했다. ‘도와 달라’는 얘기를 했느냐는 물음엔 “당연히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만, 사람 얘기는 조심스럽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의원은 개헌이란 화두를 던졌다.
“개헌이 되겠나. 또 헌법 때문에 대한민국이 잘못됐느냐. 만약 4년 중임제를 하면 두 번 대통령 하려고 4년 내내 온갖 선거운동을 할 것이다. 정쟁을 불러올 핵심 블랙홀이 중임제다.”
―김 지사는 너무 일만 열심히 한다는 이미지인데….
“비책이 별로 없다. 그게 약점이지. 그게 강점이기도 했는데….”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 대통령은 프로젝트를 잘해내지만 국가에 대한 통치 철학이나 담대한 비전이 없다. 그냥 소심하다. 불도저가 아니라 햄릿이다. 담대하면서도 민생의 구석구석 애환을 이해하고 겪은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잃을 것도, 겁날 것도 없다.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다.”
―완전국민경선이 수용되지 않아도 경선에서 완주하나.
“일단 완주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않겠나. 그건 (상황을) 봐야 한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