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형남 논설위원
北엔 아웅산 수치가 없다
마웅저 씨를 특히 기쁘게 한 것은 이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여사가 나눈 대화였다. 이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수치 여사는 “우리의 어린 세대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서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1994년 한국에 온 마웅저 씨는 현재 미얀마 청소년을 위한 교육지원단체 ‘따비에’를 이끌고 있다. 1998년에 뛰어든 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방편으로 2002년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한국 정부가 지원에 나선다면 태국으로 피신한 미얀마 난민 자녀들의 교육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독재와 가난을 피해 외국으로 떠난 미얀마 난민은 탈북자와 닮은꼴이다. 그러나 주변 여건 때문에 미얀마 난민과 탈북자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태국은 수십만 명의 미얀마인이 난민촌을 이뤄 거주하는 것을 허용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도 활발하다. 어른들은 나름대로 돈벌이를 할 수 있고 아이들은 난민촌에 있는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중국으로 피신한 탈북자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외국 생활이다.
마침 미국 하원이 제기한 전술핵무기 재배치 요구를 계기로 중국 언론이 ‘이화제조(以華制朝)’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우리 식으로 하면 ‘이중제북(以中制北)’, 즉 중국을 움직여 북한을 제어하려 한다는 뜻이다. 외부의 압박으로 북한을 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려하는 중국인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국제사회의 중국 압박이 효과를 내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뒤 중국은 북한을 비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을 반대하지 못했다. 중국도 찬성한 유엔 결의 1874호를 무시한 북한을 두둔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탈북자 정책에도 약간의 변화가 나타났다. 2월 탈북자 31명의 체포를 계기로 국내외에서 대대적인 북송(北送)반대 캠페인이 벌어지자 중국은 주중 한국대사관에 머물고 있던 탈북자 10명의 한국행을 허용했다.
以中制北도 通中封北도 아니다
이 대통령은 통중봉북(通中封北)을 말했다. 한중 정상이 빈번하게 만나기는 하지만 김영환 씨 장기 구금 사건만 보더라도 이 대통령이 한중 관계를 과장했다는 게 드러난다. 오히려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 여론과 언론의 ‘중국 때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과 인권 문제를 보는 중국의 잣대는 공평하지도, 국제 수준에 부합하지도 않아 비판해야 하지만, 지나친 중국 때리기는 부작용을 낳는다. 양국 국민과 정부의 감정이 상하면 이성적인 해법을 찾을 수 없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