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남편과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운 것까지는 좋았다. 시댁일로 말다툼이 벌어졌고, 그녀는 소주를 빼앗아 보리차처럼 들이켰다. ‘어머나! 내가 미쳤지.’ 그 다음은 캄캄해져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뭘 어떻게 들어와? 내가 간신히 업고 들어왔지.”
‘그런데 남편은 필름이 끊기도록 술을 마신 날에 어떻게 집에 돌아올 수 있었을까.’
남편이 평소와 달리 보였다. 왜 허구한 날 회식이다 뭐다 하며 술을 자꾸 퍼마시는지 그 이유를 잠시 제쳐두고 본다면, 남편의 귀가는 ‘위대한 귀소본능’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여자는 연어를 떠올렸다. 몇 년 동안 수만 km의 여행을 끝내고 마침내 자기가 태어난 고향 하천으로 돌아온다는 귀소본능의 대명사.
연어와 남편에겐 확실히 공통점이 있었다. 어떻게든 집을 찾아온다는 것이다. 오랜 여행에 지치거나 2차, 3차에 걸친 술자리에 취하거나, 만신창이가 되어도 반드시 돌아온다는 점에서 그랬다.
연어는 고향 하천에서 알을 낳은 뒤에 퍼덕이다가 숨을 거둔다. 그러나 남편은 새벽에 신문과 함께 들어와도 잠깐 동안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는, 해가 뜨기도 전에 좀비처럼 일어나 비틀대며 집을 나선다.
지독한 숙취를 처음 경험해본 여자로선 남편이란 존재가 불가사의하기만 했다. 그런 상태로 어떻게 출근을 해서, 회사 일까지 할 수 있는 것인지. 결혼 이후 처음으로 남편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했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더니. 어쨌든 집으로 돌아올 테니까 늦는다고 너무 안달하지 말자.’
하지만 결심은 사흘도 가지 못했다. 새벽까지 늘어났던 그녀의 인내심이 고무줄처럼 끊어졌고, 손가락은 남편 휴대전화 번호를 신경질적으로 눌러댔다. 몇 차례의 시도에야,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귀에 익은 목소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였다. 남편은 재킷을 덮은 채 찌푸린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연어 중에는 고향 하천에 이르기 직전에 곰에게 낚이는 불운한 녀석도 있는 것이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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