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통치/천위루, 양둥 지음·김지은 옮김/456쪽·1만3800원·레인메이커
앞부분은 2007년 세계 금융위기를 부른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이나 중국 부동산시장의 거품 진단 등에 할애하고 있는데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 식상하다. 저자는 중국 시장경제체제를 이끄는 핵심 인물답지 않게 1장에서 다소 편파적인 금융관도 드러낸다. “금융은 ‘눈 오는 날 숯을 보내 따뜻하게 해주는’ 설중송탄(雪中送炭)의 역할을 담당한 적이 없다. 금융은 오직 ‘아름다운 비단 위에 꽃을 놓는’ 금상첨화(錦上添花)와 같은 것이었다. 금융은 오로지 부자를 위해 존재할 뿐이다.”
반면 춘추전국시대부터 현재의 중국까지 화폐제도를 둘러싼 권력 투쟁의 반복적인 순환을 살핀 2장부터는 ‘쩐의 관점’에서 풀어낸 흥미로운 역사적 일화로 가득하다.
1864년 중국 최초의 외자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현 HSBC그룹의 자회사)이 중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 과정도 흥미롭다. 홍콩에 진출한 스코틀랜드 상인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이 은행은 예금 업무에 치중해 예금액을 막대하게 늘린 뒤 지역 화폐를 발행했는데 신용도가 높아 청나라 중앙정부 발행 화폐를 대체할 만큼 유통 범위가 확대됐다. 이 은행은 지방정부에 대출해주고 세금 징수권을 담보로 잡아 사실상 중국의 주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