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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베이징, 사랑을 앓고있다

입력 | 2012-05-19 03:00:00


중국, 특히 베이징(北京)의 봄은 짧다. 거리는 이미 반팔 반바지 미니스커트로 뒤덮였다. 오죽하면 한국의 ‘뽕짝’ 격으로 1980년대에 나온 노래인 ‘봄은 어디에(春天在1里)’가 최근 리메이크돼 다시 등장했을까. 봄이 짧아졌다지만 사랑을 키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중국의 5월도 결혼하는 사람이 많고 사랑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팔리는 달이다. 5월의 끝자락에 중국 인문 문학 분야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사랑 관련 책들을 모아봤다. 출판된 지는 몇 년 지났지만 중국 최대의 책 영화 음악 리뷰 사이트인 ‘더우반닷컴(豆瓣·www.douban.com)’에서 자주 언급되는 스테디셀러들이다.

‘사랑으로 얻는 100가지 깨달음(愛的一百5提醒·왼쪽)’은 대만 대중음악계의 천재 프로듀서인 쉬창더(許常德)가 사랑에 대해 쓴 수필집이다. 그는 최근 20년간 중국권 가요계를 주름잡으며 프로듀싱, 작사 작곡, 신인 발굴에까지 전방위적인 열정을 쏟아온 인물. 한국에 잘 알려진 중국권 가수 장쉐유(張學友), 저우화젠(周華健) 등의 노랫말을 짓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랑의 본질을 파고들며 사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배반과 돈 문제까지 개성 있는 필체로 풀어냈다.

안이루(安意如)의 ‘인생이 첫 만남과 같다면-고전 시와 사의 아름다움과 애수(人生若只如初見-古典詩詞的美麗여悲愁)’ 역시 스테디셀러다. 1984년생인 젊은 여성 수필가가 청나라 시인 납란성덕(納蘭性德)의 시 ‘음수사(飮水詞)’ 중 한 구절인 ‘인생이 첫 만남과 같다면’을 제목으로 인용했다.

이 책은 중국 옛 운문(韻文·일정한 규율이 있는 글) 속에 절절히 표현된 사랑을 찾아 풀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마음 깊은 곳의 평화, 사랑하는 연인을 홀로 그리워하는 마음 등을 조명한다. 수천 년간 무수한 중국인들의 마음을 흔든 구절들이 중국 신세대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마침 한국어로도 같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한국어판 목차에서 부제목 몇 개를 소개한다. ‘그대의 손잡고 해로하고 싶어라’ ‘그녀를 위해서라면 초췌해질 수도 있네’ ‘하늘가 어느 곳인들 향기로운 풀 없으랴’ ‘당시에는 그저 일상인 줄만 알았어라’….

‘당신에게 허락된, 사랑(니可以, 愛)’은 사랑에 관한 명상서다. 베트남에서 태어난 불교 선사이자 시인, 학자, 인권 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이 쓴 책을 중국어로 번역했다. 중국어로는 일행선사(一行禪師)로 불리는 틱낫한 스님은 명상·수행공동체인 ‘플럼 빌리지’를 세운 인물이다.

스님은 세상의 어떤 쾌락도 사랑하며 얻어지는 행복감에 비할 바 없다고 말한다. 널리 사랑하기,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기, 자기 것을 내어주기를 역설한다. 일행선사의 사랑은 통속적 사랑을 초월한다. 한 중국인 독자는 “생명으로 충만한 시를 읽은 느낌”이라며 “마음이 말라버려 질식할 것 같은 시대에 한 줄기 비처럼 생명의 격정을 다시 일깨운다”고 극찬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