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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SNS 가이드라인 위반 법관, 징계 회부해야

입력 | 2012-05-21 03:00:00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17일 ‘법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할 때 유의할 사항’이라는 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공직자윤리위는 페이스북 등에서 법관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으로 정치적 편향 발언을 한 법관들이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고 판단을 보류했다. 그 대신 SNS의 신중한 사용을 권고하고 법관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 가이드라인은 사회적 정치적 쟁점에 대해 법관이 SNS에서 의견 표명을 하는 경우 자기절제와 균형적인 사고로 품위를 유지하고, 법관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지 말고,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처신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공직자윤리위의 권고는 대법원장에게 법관윤리강령의 구체적 적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법원은 지난해에는 가이드라인이 없어 물의를 빚은 법관들이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이제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만큼 지키지 않는 법관은 필요하다면 징계 절차에 회부해야 할 것이다. 판사들의 SNS에서 ‘가카새끼 짬뽕’이나 ‘가카의 빅엿’처럼 중고교생의 품위에도 맞지 않는 표현이 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공직자윤리위의 권고는 상당히 완곡하다.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이 지난해 ‘연방 법관이나 재판연구관은 SNS를 사용하지 않기 바란다’고 한 발언의 수준에 못 미친다. 공직자윤리위가 강조했듯이 SNS는 그 특성을 잘 이해하고 사용법을 숙지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법관은 SNS 사용을 신중히 하는 데서 나아가 SNS 사용 자체를 자제함이 옳다.

공직자윤리위의 권고는 SNS를 친밀한 사람들끼리의 의사소통 수단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페이스북은 싸이월드와는 달리 친구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누구나 접속해서 볼 수 있는 개방성이 성공의 비결이다. 트위터는 리트윗이란 기능을 통해 자신이 팔로잉(following)하지 않는 사람의 의견도 볼 수 있는 구조다. 소설가 이외수나 공지영, 조국 서울대 교수, 그리고 김제동 등 일부 연예인은 트위터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면서 웬만한 언론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만큼 메시지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법관의 SNS 가이드라인 제정은 미디어의 발전과 그에 필요한 규제의 불일치를 메우는 변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