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가 끝나거나 끝나기 직전에 관중이 경기장으로 난입하는 현상을 영국에서는 ‘운동장 침입(pitch invasion)’, 미국에서는 ‘운동장 돌진(rushing the field)’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대학 미식축구나 농구 경기에서, 영국에서는 하위리그 축구 팀들 간의 경기에서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난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패배했을 때 분노해서 뛰어드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개는 역사에 남을 만한 극적인 승리를 거뒀거나 약체로 평가받던 홈팀이 예상을 뒤엎고 강팀을 이겼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침입자’ 수는 상관없다. 1만 명이어도 1명이어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1970∼90년대 모개너 로버츠라는 운동장 침입자가 유명했다. 이 여성은 주로 메이저리그 경기가 펼쳐지는 야구장에 뛰어들어 유명 선수의 볼에 키스를 했다. 노히트노런을 7차례나 수립한 투수 놀런 라이언을 비롯해 당대의 스타들이 ‘희생양’이 됐다. 한 신문이 모개너에게 붙인 ‘키스 도둑’이라는 별명은 아예 애칭이 돼버렸다. 나중에는 관중도 선수들도 모개너가 운동장을 질주하면 놀라는 대신 웃음과 박수로 화답해줬다.
민동용 주말섹션O₂팀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