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여름철을 전후해 사무실 내에서 간소한 복장 착용을 권하는 ‘쿨비즈 운동’을 추진하면서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6∼8월 석 달을 ‘슈퍼 쿨비즈’ 기간으로 정해 민원부서 외에서는 반바지와 샌들 착용을 허용한다. 시는 다음 달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서울역사 RTO홀에서 ‘서울이 먼저 옷을 벗다’를 주제로 쿨비즈 패션쇼도 연다. 이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모델로 참가한다.
▷쿨비즈니 슈퍼 쿨비즈니 하는 말은 다 일본에서 온 것이다. 2005년 당시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환경장관에게 ‘여름철 복장 간소화에 의한 냉방 절약’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고이케 장관은 이후 사무실 냉방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재킷과 넥타이를 착용하지 말고 일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환경성은 이 운동에 이름을 붙여주기 위해 공모를 통해 쿨비즈를 선정했다. 쿨(cool)은 차갑다 또는 멋있다는 뜻이고 비즈(biz)는 비즈니스의 준말이다.
▷일본 환경성은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자 기존의 쿨비즈를 더욱 철저히 한 슈퍼 쿨비즈 운동을 시작했다. 그 전해까지만 해도 노타이나 노재킷까지만 허용됐으나 폴로셔츠와 청바지까지 추가됐다. 구두 대신 운동화도 인정하고 사무실에서만 신는 조건으로 샌들도 허용했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서는 반바지에 샌들 차림으로 출근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시도 생겼다.
▷서울시 방침은 ‘원전(原電) 하나 줄이기’ 운동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2014년까지 에너지 절약과 태양광 발전을 유도해 시 전체로 ‘영광 5호기’ 발전량만큼의 전기 사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박 시장의 목표다. 한국 정부는 쿨비즈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1996년부터 노타이 노재킷을 권장했다. 그러나 쿨비즈는 몰라도 슈퍼 쿨비즈는 정도가 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시장이 다리의 시커먼 체모(體毛)를 드러내고 반바지와 샌들 차림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프랑스에서는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신임 대통령의 내각에 주택장관으로 입각한 세실 뒤플로 녹색당 대표가 청바지 차림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고 언론이 떠들썩했다. 공무원 복장의 편의와 예의 사이에 타협점이 있을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