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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어린이집 원장 ‘집단 투쟁’

입력 | 2012-05-24 03:00:00


A어린이집은 보육교사 2명을 7개월간 근무한 것처럼 꾸며 정부로부터 처우개선비 288만 원을 받았다. B어린이집 원장은 식품 재료 400여만 원어치를 어린이집 운영비로 사들여 가족끼리 먹었다. C어린이집 원장은 자신의 승용차에 기름을 넣고는 어린이집 차량에 넣은 것처럼 자료를 조작했다. 감사원이 전국 1613개 어린이집을 상대로 실시한 감사에서 적발된 사례다. 감사원에 따르면 534개의 어린이집이 교사를 허위 등록하거나 보육료를 부당 청구하는 수법으로 정부 보조금을 착복했다.

▷어린이집의 90%는 민간이 운영한다. 하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엄밀히 말해 민간 시설이 아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만 0∼2세 영아 모두에게 1인당 11만5000원에서 36만1000원까지 기본보육료를 어린이집에 지급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사회복지시설로 인정받아 각종 면세 혜택을 받는다. 보육료는 공공적 성격을 감안해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게 돼 있다. 올해는 정부가 정한 ‘공(公)보육의 원년’이다.

▷어린이집의 도덕적 해이가 심해진 것은 보육료 무상 지원이 확대되면서부터다.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전업주부 중에서도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신이 난 것은 어린이집이다. 어느 어린이집 원장은 “개원 이후 정원을 다 채운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영아 한 명이 늘 때마다 보육료가 꼬박꼬박 들어오니 “아이를 등록만 해도 리베이트를 주겠다”고 엄마들을 유혹하는 어린이집이 생겨나고 있다.

▷비리가 드러나면서 대규모 행정처분을 받게 된 어린이집들이 오히려 종주먹을 들이대며 큰소리를 치는 행태를 보인다. 2월 집단 휴원을 시도하다가 여론 악화로 그만두었던 어린이집 원장들이 6월 7, 8일 서울광장에서 집단시위에 나선다. 서울 어린이집 원장 500여 명은 정부의 어린이집 지도점검과 행정처분에 대처하는 요령을 배우는 워크숍도 가졌다. 이들은 “단속 공무원의 녹음기를 확 빼앗아 바닥에 쳐라”는 등의 투쟁 지침을 익혔다. 이런 원장들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아이들을 볼모로 ‘집단 휴원’ 운운하거나 보육료를 착복하는 어린이집을 보면서 아동수당을 어린이집이 아닌 가정에 직접 주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