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통진 일부당선자 제명 추진… “민주에 제의할 것”
민주통합당이 부정 경선과 종북(從北) 논란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에 상임위원장을 배정하는 문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통진당 스스로 사퇴 결정을 내린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해 새누리당은 조만간 민주당에 제명을 제안할 예정이지만 민주당이 동조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 겉과 속 다른 “야권연대 재검토”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23일 “민주당이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통진당에 상임위원장 1석을 배분하자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며 “관례에 따라 교섭단체가 아닌 통진당에 상임위원장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통진당의 부정 경선과 폭력사태를 비판하며 야권연대를 재검토할 것을 시사하면서도 새누리당과의 원 구성 협상에선 통진당 몫 상임위원장을 요구하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3일엔 “통진당이 상임위원장 배정을 요구했지만 우리가 거절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 딱 부러진 말을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나중에 통진당에 상임위원장을 넘겨주지 않더라도 일단 야권 몫으로 1석을 더 챙기기 위한 협상 전략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새누리당 “의원 자격심사 실시”
새누리당은 통진당 일부 비례대표 당선자에 대한 제명을 조만간 민주당에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가 그 대상이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에게 “개원한 뒤 통진당의 해당 의원들에 대해 헌법 64조에 규정된 국회의원 자격심사를 실시하자고 민주당에 제의할 것”이라며 “부정 경선으로 당선된 인사들의 자격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통진당이 이, 김 당선자 등을 출당시키더라도 무소속으로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아예 제명을 하겠다는 얘기다.
일단 문제의 의원들에 대해 주사파 논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 등 사상 검증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심사보다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 심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제명하려면 국회 윤리위원회를 통과한 뒤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처리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통진당에 대한 여론이 이렇게 악화된 상황에서 민주당도 무조건 감싸기로 일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제명 논의를 추진하되 이 문제를 19대 국회 원 구성 협상과는 연계하지 않을 방침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