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10大 해외건설
국내 건설업계는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며 국내 최초로 해외건설시장에 진입한 이래, 중동·아시아·북미 등을 넘나들며 세계 전역으로 활발히 진출해왔다. 21일까지 해외시장에서 수주한 공사는 모두 8602건, 수주액으로는 4900억 달러(약 568조4000억 원)를 넘겼다. 다음달이면 5000억 달러(580조 원) 돌파라는 새로운 금자탑을 또 한 번 쌓아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우리나라 1년 예산(325조4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또 올해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최소 600억 달러에서 많게는 800억 달러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국내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눈부신 선전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다. 5000억 달러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해외건설협회가 선정한 눈여겨봐야 할 해외현장 10곳을 둘러본다.
한국 건설 역사 최초의 해외 진출 사업이다. 현대건설이 1965년 11월 태국 남단 말레이시아 국경 인근의 두 도시 파타니와 나라티왓을 잇는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는 데 성공하며 국내 건설업계에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연다. 현대건설은 2차로 98km 고속도로를 당초 목표보다 4개월 빠른 26개월 만에 무사히 완공했다. 수주액 540만 달러, 추가 공사비 300만 달러가 들어간 적자공사였다. 하지만 세계건설시장에 한국업체로서 처음으로 이름을 내밀며 값진 경험을 얻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에 금전적인 손해를 끼친 공사였지만 현대건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과 신용, 시공의 노하우를 얻었다”며 자랑했다.
‘20세기 최대의 토목공사’ ‘세계 8대 불가사의’ 등으로 불리는 사업이다. 동아건설산업은 1984년 이 건설공사에 착수했다. 리비아 사막의 내륙 깊숙한 곳에 대량 매장된 지하수를 퍼 올린 뒤 송수관으로 지중해 연안 도시에 보내주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1991년 8월 완공한 1단계 공사는 리비아 서남부 내륙 지방 사리르 취수장에서 지중해 연안 서트까지 955km, 타저보 취수장에서 벵가지까지 955km의 송수관을 각각 연결했다. 2단계 공사에선 자발하나 취수장에서 트리폴리까지 1661km 송수관을 1996년경 완공했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건설 등 세 업체는 2002년부터 이란 사우스파 현장에서 초대형 가스처리시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04년 3월에 세계 최단기간 원료가스 도입(Fuel Gas-in)에 성공한 데 이어 8월 16일 세계 플랜트 공사 최초로 28개월 만에 최단기간 천연가스 도입(Raw Gas-in)에 성공하는 기록을 세웠다.
▼ 대림산업, 사우디 카얀 폴리카보네이트 프로젝트
중동지역에서 국내업체의 성가를 맨 처음 드높인 곳은 삼환기업이다. 삼환기업은 1973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공사를 2405만 달러에 따냈다. 국내업체가 중동에서 수행한 첫 프로젝트다. 총연장 175km의 왕복 2차로 도로를 완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해발 700m 고원지대에서 삼환기업 해외파견 직원들은 40도 이상의 폭염, 용수난에 갖은 고생을 하면서 4년 만에 도로를 완공했다. 당시 삼환기업 직원들이 저녁마다 횃불을 피우고 공사하는 광경에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관료들이 매료돼 이후부터 한국업체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두산중공업은 2001년 당시 담수화 플랜트로는 사상 최대인 8억 달러에 이 공사를 수주하여 2003년 말 완공하였다. 두산중공업이 완공한 후자이라 담수화 플랜트는 하루 15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45만 t의 물을 생산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전체 담수생산의 26.5%에 해당하는 규모다. 두산중공업은 100% 자체 기술로 이 플랜트를 건설함으로써 담수화 플랜트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다. 특히, 담수공장의 핵심인 증발기를 창원에서 제작해 후자이라로 직접 옮겨오는 원-모듈 공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적용했다. 이로써 두산중공업은 공기를 6개월 이상 단축시키고, 제작분해재조립 과정을 없애 품질 향상도 이루어냈다.
쌍용건설은 2007년 해외건설 사상 단일 건축공사로는 최대 규모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수주했다. 마리나 베인 샌즈 호텔은 싱가포르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총 55억 달러를 들여 추진한 마리나 베이 복합리조트의 메인 프로젝트다. 이 호텔은 두 장의 카드가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모양의 3개 건물과 지상 200m 높이에서 이를 연결하는 거대한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가 올라선 독특한 디자인으로 21세기 싱가포르의 새로운 아이콘이 됐다. 지하 3층∼지상 57층 3개동 총 2561객실에 총면적이 63빌딩의 약 2배에 가까운 30만 m² 규모인 이 호텔은 각 동이 입(入)자형으로 기울어진 경사구조로 되어 있어 화제가 됐다. 두 개의 건물이 23층에서 만나기까지 동편의 기울어진 건물의 구조공사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 성공의 관건이었다.
▼ 삼성물산, 부르즈 칼리파 타워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한 부르즈 칼리파 타워는 2009년 12월 완공되었다. 총 170층, 높이가 800m가 넘는 세계 최고층 건물이다. 높이에 걸맞게 건물총면적도 잠실종합운동장의 56배 넓이인 50만 m²에 달한다. 2005년 2월부터 장장 59개월이 소요된 초대형 프로젝트인 이 공사는 대용량 타워크레인과 고속 승강기, 고압 콘크리트 펌프 등 특수건설 장비를 총동원해 3일에 1개 층씩 시공하였다. 2007년 5월에는 공사현장에서 지상 452m까지 콘크리트를 한 번에 쏘아 올려 450m였던 세계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총 공사비 15억 달러가 소요된 이 건물은 2010년 1월 개장해 상업시설과 주거시설, 오락시설 등을 포함한 대규모 복합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박선희 기자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