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의 니치난 해안을 휴일에 운행하는 관광특급 우미사치야마사치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태평양의 바다풍경. 귀신의 빨래판이라고 불리는 현무암 해안이다. 유리창의 한자는 ‘海’(해·바다)로 열차이름에서 따왔다.
건국신화를 담고 달리는 관광특급
숙소는 니치난 해안의 팜비치호텔. 니치난은 미야자키의 400km 해안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객실 창으로 북쪽 히도쓰바 해안의 높이 154m 타워(셰러턴 호텔)는 물론 정면의 아오시마(섬) 등이 막힘없이 전개됐다. 당시는 4월. 서울은 꽃샘추위로 겨울을 방불케 했지만 여기서는 파도타기가 시작됐다. 그날도 새벽부터 서퍼 십여 명이 바다를 수놓았다. 눈앞 아오시마는 오래도록 ‘금단의 섬’이었다. 하늘이 신을 왕으로 내렸다는 ‘덴손코린’(天孫降臨)신화의 무대여서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 누구나 오간다. 니치난 해안에는 그런 신화의 성지가 또 있다. 절벽 바위굴의 ‘우도신궁’이다. 신화는 이런 내용이다.
니치난 해안의 명물요리인 ‘니치난 이폰쓰리 가쓰오 아부리주’(왼쪽). 가쓰오 오차즈케로 먹기 위해 뜨거운 물을 가다랑어 덮밥에 붓고 있다. 오른쪽은 니치난 해안의 선메세 니치난에 조성된 모아이상. 이스터 섬 밖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모아이상으로 칠레 정부의 허락을 받아 똑같이 만든 모조품이다.
‘남규슈의 작은 교토’ 오비
성 앞 관광안내소에선 ‘오비성 주변 사적과 상점 둘러보기’ 안내장을 판다. 1000엔짜리는 무료입장(5곳)에 선물쿠폰(5장)이, 600엔짜리엔 쿠폰만 있다. 안내장은 선물 주는 상점을 찾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마을투어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데 공짜선물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오비는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부엉이인형과 갓 구운 맛있는 빵에 100년도 더된 간장집의 시제품은 물론 일본서도 쉽사리 맛보기 힘든 ‘아쓰야기다마코’(계란을 프라이팬에 구워 카스텔라처럼 요리한 것)까지…. 총액이 2000엔을 훨씬 넘는단다.
에키벤(열차도시락)은 일본 철도여행의 매력 중 하나. 니치난센에서라면 미나미미야자키 역의 ‘표고버섯 밥’(미나미미야자키 역)이 강추다. 하지만 내가 탄 아오시마 역에선 구할 수 없다. 그래도 실망하지 말자. 오비에 그걸 능가할 게 있으니까. ‘니치난 이폰쓰리 가쓰오 아부리주’라는 한 상차림 메뉴다. 풀이하면 ‘니치난에서 외줄낚시로 잡은 가쓰오(가다랑어)덮밥’이다. 가다랑어는 일본 근해에 흔한 생선(농어목 고등엇과)으로 1월만 빼고 연중 잡힌다. 철마다 맛이 달라 이름도 철따라 바뀐다. 초봄엔 하쓰가쓰오, 여름엔 혼가쓰오, 가을엔 모로리가쓰오…. 일본에선 요즘 각 지역이 특산물 요리를 공동 개발한 뒤 식당을 지정하고 저마다 비장의 레시피로 맛은 업그레이드시키되 메뉴만큼은 ‘공식 브랜드’로 표기하는 향토음식 마케팅이 유행이다. 이것도 그런 니치난 특산요리로 개발된 것인데 11곳에서 판매(1200엔으로 동일) 중이다.
내가 찾은 곳은 ‘갸라리 고다마’(갤러리 고다마). 오비 성 진입로의 ‘쇼닌도리’(상가로)에 있는 고택이었다. 상차림은 간소했다. 그러나 먹을 건 푸짐했다. 가쓰오는 회로 두툼하게 썰어 접시에 담아낸다. 그 옆 마늘간장과 참깨소스는 생선용이다. 아쓰야키다마고, 쓰케모노(염장야채), 조개 넣고 끓인 미소시루(된장국)도 밥과 함께 나왔다. 상엔 벌건 숯이 담긴 1인용 화로가 있다. 가쓰오 생살을 소스에 묻혀 굽기 위한 것이다. 이 식당의 미식 포인트는 ‘가쓰오 삼종세트’. 즉 회, 구이, ‘생선 자즈케’―생선을 밥에 올린 뒤 찻물에 말아 함께 먹는 것―로 맛보기다. 생선 자즈케의 묘미는 맛보지 않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은근히 입을 당기는 그 맛은 누구나 좋아할 만하다.
해안 관광지는 관광버스로
해안의 관광지는 하루 한 번 출발하는 관광버스(니치난 호)로 둘러본다. 해안의 경관도로 ‘기라메키(光輝)라인’ 드라이브까지 겸하니 일석이조다. 아오시마와 우도신궁은 신화에 관심 없더라도 가보자. 주변 바다풍광이 아름다워서다. ‘귀신의 빨래판’ 해안은 아오시마에서도 만난다. 우도신궁 부근 해안의 ‘선메세 니치난’은 이스터 섬 밖에 있는 세계 유일의 모아이(과대한 두상의 돌조각) 조각공원이다. 칠레 정부의 허락 하에 실물처럼 조성한 모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