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징용배상 첫 판결… 日최고재판소 판결 뒤집어
①일제 식민지배는 불법, 국민징용령도 무효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과 일본 최고재판소가 내린 판결은 4가지 쟁점에서 판단이 크게 갈렸다. 우선 일본 최고재판소는 일제강점기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를 합법이라고 봤다. 따라서 당시 일본인에게 적용한 국민징용령을 한국인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동원은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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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법인만 바꿨다고 다른 회사 아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강제징용 주체인 옛 미쓰비시, 옛 일본제철과 현재 미쓰비시, 신일본제철은 법인이 달라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채무를 승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인을 변경한 배경에 주목했다. 일본은 패전 직후인 1946년 일본 기업들이 부담할 배상 채무와 노무자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 채무 등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경리응급조치법’과 ‘기업재건정비법’을 제정해 회사의 사업과 재산 등을 정리했다. 옛 미쓰비시와 일본제철도 이 법에 따라 1950년 해산된 뒤 여러 절차를 거쳐 1964년 지금 법인으로 바뀌었다. 대법원은 “법인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라고 판단했다.
징용피해 할머니들의 눈물 2월 29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전범기업 제2차 명단 선정 발표회에서 한 근로정신대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러나 대법원은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反)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2005년 8월 국무총리실 산하 ‘한일회담 문서 공개 후속대책 민관공동위원회’는 청구권과 관련해 이 같은 해석을 내놨었다. 대법원이 이 위원회의 해석을 판단의 준거로 삼은 것이다.
④민법상 소멸시효 안 지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일 청구권협정이 아니더라도 원고의 청구는 일본 민법상 제척기한인 20년과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소멸시효(10년)가 완성됐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한 바 있다.
성낙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제강점기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일본 측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