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가스 뿌리고 우물에 독극물… “학교 폐쇄하라” 요구하기도연합군 철수땐 여권 퇴보 우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던 시절 여성들에게 강요한 내용이다. 2002년 초 탈레반 정권 붕괴로 아프간의 여권(女權)은 절대 암흑기에서 비로소 해방됐다. 그러나 2014년 연합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 아프간 여성의 인권이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아프간에서 여학교를 겨냥한 테러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여권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아프간 북부 타카르 주(州)의 한 여학교에 독가스가 살포됐다. 15∼18세 여학생 122명과 교사 3명이 어지럼과 구토, 두통 증세를 보였고 일부는 정신을 잃었다. 배후로 탈레반이 지목되고 있다. 타카르 주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가 걱정이다. 탈레반이 여성들을 위협해 등교를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것을 아프간 국민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권이 쫓겨나고 연합군이 주둔한 지난 10년 동안 아프간 여성의 인권은 획기적으로 신장됐다. 여성도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수도 카불에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대신 머리와 상반신만 가리는 히잡을 두른 여성이 늘었다. 지난해 카불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여성이 312명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2014년 연합군 철수 이후 탈레반이 다시 득세할 우려가 커지면서 아프간 여성의 인권도 위기에 처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는 19일 워싱턴포스트에 ‘아프간 여성을 버리지 마세요’란 제목의 기고문을 보내 “한 아프간 여성에게서 편지를 받았는데 ‘그동안 학교도 가고 일도 할 수 있었는데 탈레반이 다시 돌아올까 봐 두렵다’고 하더라”며 “철군에 앞서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