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두 얼굴의 신부, 캔버스에 유화, 1927년작.
이 그림은 작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돼 사랑받았습니다. 샤갈의 그림 중에는 사랑에 빠진 연인이나 부부가 나오는 그림이 많지요.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결혼한 첫 아내 벨라에 대한 사랑과 고향인 러시아 비텝스크를 향한 향수는 샤갈의 그림 곳곳에 넘쳐납니다. 자세히 보면 그림의 하단에 고향마을의 말과 염소, 서커스단원의 모습, 그리고 벨라의 모습이 작게 그려져 있지요. 샤갈의 그림은 현재에 과거와 미래가 녹아 꿈처럼 환상처럼 아름답게 펼쳐지는 따스한 동화 같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는 저는 왜 자꾸 웃음이 날까요. 요즘의 우리 현실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제목 또한 ‘두 얼굴의 신부’라니요! 결혼식의 꽃이라고 할 신부의 얼굴은 밤과 낮으로 양분돼 있는데, 베일에 가려진 얼굴은 초승달을 바라보며 손에 부채를 쥐고 있고, 또 다른 얼굴은 커다란 부케를 향하고 있습니다. 순결하고 행복해야 할 이 신부의 얼굴은 무언가 불안하고 불안정해 보이는군요.
결혼이란 게 일종의 거래이고 계약이라 사랑이나 믿음 같은 정신적 가치 외에 물질적 가치를 따져보는 계산속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상류층을 위한 결혼정보회사의 최고 클래스 가입비가 1500만 원이나 하는 걸 알게 됐습니다. 대한민국 상위 0.1%의 미혼남녀만이 가입할 수 있으며 회원들을 세분해 철저하게 등급을 매겨 맞춤 매칭을 한다고 합니다.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결혼조건은 여자의 외모가 전 클래스를 막론하고 1위였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의 조건은 단연 경제력이었습니다. 사업보다는 안정적 고수익이 보장되는 전문직을 선호한답니다.
며칠 전 한 업체가 대학생들에게 배우자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1위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 가치관의 일치 등 정신적인 교류’(23.1%), 2위는 ‘좋은 성격, 인성’(22.3%)이었고, ‘상대방에 대한 애정, 사랑’은 16.6%의 응답을 얻어 3위에 그쳤다고 합니다. ‘직업, 높은 연봉 등 경제력’(13.1%)이 4위, ‘안정된 집안 환경과 배경’(10.1%)이 5위를 차지했습니다. ‘경제력’과 ‘배경’을 꼽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각각 2.7배, 1.8배 많았다고 해요. 반면 ‘외모’를 배우자의 조건으로 선택한 응답자는 남학생이 15.1%, 여학생이 1.8%로 남학생의 비중이 여학생보다 약 8.3배 많았다고 합니다.
아직 이들이 풋풋한 어린 학생이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결혼적령기로 나이를 먹어 갈수록 본색을 드러내는 걸까요? 게다가 두 얼굴의 인간들도 세상이 아수라장(阿修羅場)이니 곧 세 얼굴을 가진 인도의 신 아수라(阿修羅)로 진화하는 건 아닐지….
권지예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