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자 친구를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은 투신자살했다.
24일 오후 11시 40분경 부산 사상구 괘법동의 한 아파트 현관 입구에 D중학교 3학년 김모 군(15)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앞서 김 군은 이날 오후 11시 20분경 인근 빌라 출입구에서 민모 군(15)을 목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김 군과 민 군은 2학년 때 수준별 학급 수업을 하면서부터 친해졌다. 이들은 각 반에서 성적이 중상위권인 모범생이었다. 김 군은 2학년 때 학급 반장을 맡았다. 3학년인 현재는 학급 부반장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군은 이날 학원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민 군을 기다리다 범행을 저질렀다. 김 군은 이날 오후 8시 10분경 인근 대형마트에서 포장용 노끈을 사는 등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김 군은 휴대전화로 ‘노끈과 칼을 샀다’, ‘만나러 간다’는 문자메시지와 노끈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방과 후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은 김 군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자 민 군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민 군의 부모와 담임교사는 “민 군이 ‘게임을 같이하자며 나를 따라다니는 김 군이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밝혔다. 민 군의 부모는 지난해 6월경 김 군에게 아들을 만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군과 김 군을 잘 아는 한 교사는 “김 군은 민 군이 학원 수업 등으로 바빠 잘 만나지 못하자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며 “내성적인 김 군이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민 군은 방과 후 학원에 가지만 김 군은 가정 형편상 학원에 다니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구 이모 군(15)은 “둘이 친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경찰은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김 군의 휴대전화 통화 및 메시지 내용 분석을 제조사에 의뢰했다. 또 김 군이 인터넷에 올린 글 등 범행과 관련한 단서를 찾고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