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들 “꿈인지 생시인지…” 눈시울 붉혀
25일 봉환된 국군 전사자 유해 중에 신원이 확인된 이갑수 일병의 딸 숙자 씨, 아들 영찬 씨(왼쪽 사진)와 김용수 일병의 조카인 김해승 씨. 국방일보 제공
6·25전쟁 당시 장진호전투에서 전사해 북한 땅에 묻혔다가 25일 62년 만에 유해로 돌아온 고 이갑수 일병의 아들 이영찬 씨(66)는 아버지의 귀환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네 살 때 아버지와 헤어진 이 씨는 “너무 어릴 적이라 아버지라고 불러본 기억도 없어 아버지 이름도 몰랐고 그저 멀리서 전사하신 걸로 알고 지냈다”면서 “앞으로 통일이 되면 그때나 (아버지 유해를) 찾아볼 수 있을까 생각하고 지냈는데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관련해서는 “조금 배우신 분이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회사를 다니셨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고 김용수 일병의 조카인 김해승 씨(54)는 작년에 작고한 아버지를 통해 전해 들은 작은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회상하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김 씨는 “전쟁이 터지자 아버지는 작은아버지와 함께 입대를 했는데 아버지가 후방으로 가자고 했더니 작은아버지는 ‘형님은 내려가 집을 지키세요. 전 나라를 지키겠습니다’라는 말씀을 남기고 미군과 함께 북으로 올라가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후 작은아버지는 탱크부대에 있었는데 적 미그기의 폭격을 맞고 돌아가셨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신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육군 대령)은 “당시 관련 기록에 따르면 탱크부대는 아닌 것 같고,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이동 중에 아마 중공군의 박격포 공격을 받고 전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할머니께서 생전에 작은아버님이 형제 가운데 가장 똑똑하고 잘생긴 효자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면서 가슴에 묻은 아들을 절절히 그리워하셨다”고 전했다. 또 “2년 전에 아버님이 ‘동생의 유해를 꼭 찾고 싶다’며 국방부에 유전자(DNA) 혈액표본을 제공했는데, 지난해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사실상 포기했었다”며 “그런데 국방부로부터 유해 봉환 소식을 듣고 기적 같은 일이어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북한 지역에 묻혀 있는 다른 국군 전사자 유해들도 하루빨리 수습돼 그리운 혈육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일병의 아들 이 씨는 “빨리 통일이 돼 다른 분들의 유해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국방부로부터 아버지의 일부 유해가 아직도 북한에 남아 있다고 들었는데 그걸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