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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궁당익견(窮當益堅)

입력 | 2012-05-28 03:00:00

窮:궁할 궁 當:마땅할 당
益:더할 익 堅:굳셀 견




역경 속에서도 굳건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로 대장부의 자세를 말한 마원(馬援)의 말이다. ‘후한서(後漢書)’ ‘마원전(馬援傳)’에 의하면 전한 말 부풍군에 마원이라는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그는 어려서 글을 배웠고 무예에도 뛰어난 인재였는데 그저 소나 말을 기르며 살아가고 있었다. 마원은 장성하여 군수를 보좌하면서 그 현을 감찰하는 독우(督郵)가 됐다. 그때 죄수를 호송하는 일을 맡게 됐는데,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는 죄수들에게 동정심을 느껴 그들을 풀어 주고 북쪽으로 도망을 쳤다. 그는 친구들과 담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장부가 뜻을 세우면 곤궁해도 더욱 굳세어야 하며, 늙어도 더욱 씩씩해야 한다(丈夫爲志, 窮當益堅, 老當益壯).”

세상이 혼란스러워지자 마원은 평범한 삶을 버리고 농서((농,롱)西)의 외효(외효) 밑으로 들어가 대장이 됐다. 외효는 공손술(公孫述)과 손을 잡기 위해 마원을 그곳으로 파견했다. 마원과 공손술은 같은 고향 친구였다. 공손술은 당시 스스로 황제라 일컫고 있었는데, 마원이 찾아왔다는 전갈을 받자 천자의 의관에 수레를 타고 으스대며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마원은 공손술의 변한 모습에 크게 실망하고 의례적인 인사만을 하고는 곧장 돌아왔다. 그러고는 외효에게 말했다. “공손술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물 안에서 분수를 모르고 떠벌리기만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 뒤 마원은 광무제를 알현하게 됐다. 광무제는 마원을 만나자 성심성의껏 대접하고, 각 부서를 데리고 다니며 조언할 것이 있는지 물었다. 마원은 이런 후한 대접에 감동해 외효에게 돌아가지 않고 광무제 휘하에 있기로 결심했다. 마원은 복파장군(僕波將軍)이 되어 남방의 교지(交趾)를 평정했다. 얼마 뒤에 동정호 일대의 만족이 반란을 일으키자, 광무제가 군대를 파견했지만 전멸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마원이 자신에게 군대를 달라고 청하니 광무제가 나이가 너무 많아 원정에 무리가 있다고 하자, 예순둘의 그는 말안장을 채우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광무제가 웃으면서 허락하자, 그는 원정길에 올랐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