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잔디밭서 낮잠 자던 지적장애 男“들어와 쉬라”던 직원에게 성추행 당해
“여기 들어와서 편하게 자요.”
지난달 21일 오후 4시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잔디밭에서 누워 자던 지적장애 2급 이모 씨(19)는 친절한 남자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 씨를 깨운 건 국회 시설관리인 변모 씨(56). 그는 이 씨가 딱했는지 자신이 근무하는 테니스장 관리 사무실에 들어가서 자라며 호의를 베풀었다.
이 씨는 자신의 아버지와는 180도로 다른 친절한 모습에 감동했다. 이 씨는 매일 술을 마시고 걸핏하면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이날 경기 이천시에서 서울로 온 길이었다. 서울에 온 김에 여의도를 찾아 벚꽃 구경을 하다 지쳐서 잠든 터였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변 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씨는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을 또 때릴까 봐 혼자 고민하다 25일에야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변 씨는 20년 가까이 국회에서 일하던 기능직 공무원이었다. 변 씨는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성적 충동을 참지 못하고 계속 만졌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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