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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School Diary]50만 명을 감동시킨 ‘우정 동영상’

입력 | 2012-05-29 03:00:00


김민수 군의 완쾌를 기원하는 동영상을 직접 제작한 광주 송원고 2학년 학생들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과 따돌림 문제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학생이 적잖다. 많은 학생은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이 일직선으로 달려간다….

이런 황량한 학교현장에 단비 같은 소식을 전해주는 학생들이 있다. 광주 송원고 2학년 학생들이 그 주인공. 이들은 투병 중인 친구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를 영상으로 제작했는데, 이 영상은 한 포털사이트에서 54만여 누리꾼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다. 과연 어떤 사연일까?

올해 새 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이 학교 2학년 김민수 군(17)은 그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찾아와 “갑자기 사정이 생겨 전학을 가게 됐다”고 말했다. 당황한 친구들. 갑작스러운 통보에 “잘 가”란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김 군을 떠나보냈다.

김 군이 학교를 떠난 뒤 친구들은 크게 놀랐다. 그 ‘놀람’은 이내 ‘슬픔’과 ‘아쉬움’으로 변했다. 김 군이 뼈의 내부에 종양이 생기는 ‘연골육종’이라는 희귀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듣게 된 것. 김 군은 치료를 위해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전학을 갔고 다시 그 학교를 휴학한 뒤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친구들은 김 군을 이렇게 회상했다.

“민수는 정말 활달하고 밝아서 친구도 많은 아이였어요. 교내 봉사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도 다니고, 지난해 학교축제에선 여장 퍼포먼스도 보여주며 친구들에게 큰 웃음을 줬죠.”

친구들은 김 군에게 “빨리 완쾌해”라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김 군에게 그들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의 그 유명한 고백 방법을 사용하기로 한 것.

지난해 김 군과 같은 반이었던 1학년 4반 친구들, 그리고 학교활동을 하며 친해진 친구 20여 명이 모였다. 스케치북을 한 장씩 넘기며 김 군에게 못다 한 얘기를 적었다. 스케치북엔 ‘영원한 4반, 당신을 추억해Yo(요)!’ ‘하루 빨리 광주로 컴백!’ ‘네가 필(必)요해’ ‘다신 아프지 않기’ 등의 따뜻한 메시지가 담겼다.

이 스케치북을 김 군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던 친구들은 아이디어를 냈다. 영상제작에 능했던 2학년 기정은 양(17)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영상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기 양은 “민수의 완쾌를 간절히 바라며 만들다보니 사진촬영과 음악 삽입, 편집까지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빨리 민수에게 우리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군에게 ‘깜짝 선물’을 주고 싶었던 친구들은 영상이 완성된 뒤 김 군이 평소 자주 방문하던 한 포털사이트에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김 군은 물론이고 50만 명이 넘는 누리꾼을 감동시켰다.

같은 학교이지만 김 군의 이름도 몰랐던 학생부터 연락이 끊겼던 초등학교 동창, 그리고 김 군을 전혀 모르는 누리꾼들이 보내는 사랑의 댓글이 650개 이상 주렁주렁 달렸다. ‘정말 부러운 우정이네요. 민수 군 꼭 빨리 낫길 바라요’라며 김 군의 빠른 쾌유를 빌었다.

영상을 본 김 군도 “진통제를 맞아도 아프던 상처 부위가 이 영상을 보고 아물고 있다”는 말을 전해왔다. 함께 영상을 준비한 2학년 전주리 양(17)은 “친구들 모두가 민수에게 전하는 ‘스릉흔드(사랑한다)♡’라는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