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군의 완쾌를 기원하는 동영상을 직접 제작한 광주 송원고 2학년 학생들
이런 황량한 학교현장에 단비 같은 소식을 전해주는 학생들이 있다. 광주 송원고 2학년 학생들이 그 주인공. 이들은 투병 중인 친구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를 영상으로 제작했는데, 이 영상은 한 포털사이트에서 54만여 누리꾼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다. 과연 어떤 사연일까?
올해 새 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이 학교 2학년 김민수 군(17)은 그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찾아와 “갑자기 사정이 생겨 전학을 가게 됐다”고 말했다. 당황한 친구들. 갑작스러운 통보에 “잘 가”란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김 군을 떠나보냈다.
친구들은 김 군을 이렇게 회상했다.
“민수는 정말 활달하고 밝아서 친구도 많은 아이였어요. 교내 봉사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도 다니고, 지난해 학교축제에선 여장 퍼포먼스도 보여주며 친구들에게 큰 웃음을 줬죠.”
친구들은 김 군에게 “빨리 완쾌해”라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김 군에게 그들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의 그 유명한 고백 방법을 사용하기로 한 것.
지난해 김 군과 같은 반이었던 1학년 4반 친구들, 그리고 학교활동을 하며 친해진 친구 20여 명이 모였다. 스케치북을 한 장씩 넘기며 김 군에게 못다 한 얘기를 적었다. 스케치북엔 ‘영원한 4반, 당신을 추억해Yo(요)!’ ‘하루 빨리 광주로 컴백!’ ‘네가 필(必)요해’ ‘다신 아프지 않기’ 등의 따뜻한 메시지가 담겼다.
김 군에게 ‘깜짝 선물’을 주고 싶었던 친구들은 영상이 완성된 뒤 김 군이 평소 자주 방문하던 한 포털사이트에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김 군은 물론이고 50만 명이 넘는 누리꾼을 감동시켰다.
같은 학교이지만 김 군의 이름도 몰랐던 학생부터 연락이 끊겼던 초등학교 동창, 그리고 김 군을 전혀 모르는 누리꾼들이 보내는 사랑의 댓글이 650개 이상 주렁주렁 달렸다. ‘정말 부러운 우정이네요. 민수 군 꼭 빨리 낫길 바라요’라며 김 군의 빠른 쾌유를 빌었다.
영상을 본 김 군도 “진통제를 맞아도 아프던 상처 부위가 이 영상을 보고 아물고 있다”는 말을 전해왔다. 함께 영상을 준비한 2학년 전주리 양(17)은 “친구들 모두가 민수에게 전하는 ‘스릉흔드(사랑한다)♡’라는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