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조정 한파
종업원의 안정적인 고용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본 기업문화를 감안하면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인력 구조조정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일본 전기전자 기업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본사 인력 7000명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3000∼4000명을 올해 안에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이 회사가 본사 인력을 대규모로 줄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파나소닉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만50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지난해 자회사인 산요전기의 가전부문을 중국에 매각하면서 3만5000명을 추가로 구조조정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소니는 지난달 초 그룹 전체 인력의 6%에 이르는 1만 명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소니 역시 2008년 1만6000명을 줄인 데 이어 2차 구조조정이다. 파나소닉과 소니는 지난해 각각 사상 최대 규모인 7721억 엔과 4566억 엔의 적자를 냈다.
이와 함께 자동차나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를 만드는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도 대만에 쓰루오카 공장을 매각해 1만4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일본 언론들은 D램 반도체업체인 엘피다가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매각된 데 이어 르네사스마저 경영난에 빠지며 일본의 IT부품소재와 완제품 업체 모두가 총체적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 풍전등화 일본 기업
일본 전기전자기업을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요인은 복합적이다. 제조업 경쟁력은 한국에 밀리고 첨단 IT 분야 기술은 미국에 주도권을 뺏기면서 어정쩡한 상황이 돼버렸다. 여기에 계속되는 엔화 강세와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유럽발 재정위기는 결정타가 됐다.
하지만 포천은 일본 전기전자기업의 총체적 난국은 기업의 오만함과 시대 변화를 좇지 못한 부적응 탓이라고 꼬집었다. 일본 기업들은 무엇이 최고인지 소비자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만했으며 정부 관료와의 수상쩍은 관계가 일본 기업의 몰락을 재촉했다는 것이다.
포천은 일본 기업의 최악의 적은 경쟁국의 산업정책이나 도전이 아니라 자기 내부에 있었음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