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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설계 2.0… 돈? 건강? 그보다 가족!

입력 | 2012-05-30 03:00:00

■ 증권사들 ‘은퇴 새 트렌드’ 발빠른 대응




우리투자증권이 19일 경기 고양시에서 개최한 ‘1박 2일 가족사랑 세대공감 캠프’에서 한 할머니와 손녀가 마술사의 시범에 맞춰 ‘끈 마술’을 연습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제공

우리투자증권이 최근 경기 고양시에서 개최한 ‘1박 2일 가족사랑 세대공감 캠프’ 현장. 유노상 씨(73)는 외환은행 고위임원을 거쳐 계열사 사장까지 지냈지만 이 캠프에선 아이들이 지어준 별명인 ‘컴퓨터 박사’로 불린다. 유 씨가 이미 남부럽지 않은 은퇴 준비를 해놨으면서도 주말 증권사 캠프에 따라 나선 이유는 열세 살 손자 때문이다. 그는 “증권사 세미나에 가면 ‘상품 가입하라’는 말만 해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손자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노후준비’에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은퇴 준비 과정에서 ‘가족’이 새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노후자금 마련 같은 ‘재무적’인 준비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가족 간의 관계, 여가 등 ‘비재무적’ 요소들로 관점이 넓어지는 것이다.

○ 은퇴, ‘가족’을 품다

손자, 손녀들과 함께 우리투자증권 캠프에 온 참가자 32명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초등학교 3학년인 손자와 함께 온 도용현 씨(73)는 “은퇴하고 집에 있으면 자식, 손자 챙기는 일이 중요하다”며 “손자 녀석이 안 따라온다고 할까봐 걱정이었는데 재미있게 노는 걸 보니 뿌듯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캠프에서는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레크리에이션 외에도 생활요가, 은퇴 관련 세미나 등이 이어졌다. 이날 은퇴 관련 강의에 나선 한주형 퓨처모자이크 연구소장은 “이제 은퇴하고 쓸 돈을 걱정하는 것을 넘어 누구와 무슨 일을 하며 살지 고민해야만 길게는 30년 넘는 은퇴 후 삶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뿐만 아니라 부부가 함께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삼성증권이 마련한 ‘부부 은퇴학교’는 부부가 은퇴한 뒤 서로 간에 생길 수 있는 경제적, 정신적 변화를 미리 준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도와준다. 자산관리 노하우도 알려주지만 부부가 함께하는 댄스 타임, 심리학자의 부부 소통 강연 등 부부간 소통이 주된 내용이다.

박형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자산이나 건강관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길어진 인생을 함께하는 가족과의 관계”라며 “은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벤트라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증권사들, “새 트렌드를 선점하라”

은퇴 준비 변화에 맞춰 증권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기존 ‘어린이 캠프’를 업그레이드해 업계 최초로 조부모와 손자가 함께하는 캠프를 기획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은퇴한 고객뿐 아니라 40대 잠재고객, 나아가 어린이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부부 은퇴학교’를 매월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은퇴 시장이 기존 상품 판매를 넘어 비재무적인 요소를 포함한 ‘종합 인생설계 서비스’로 재편되면서 관련 조직 확충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100세시대연구소를 설립했고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연구소 인력을 두 배가량 늘렸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은퇴 마케팅에 직접 나서고 있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은퇴영업 출범 기념 가두 캠페인’을 계기로 취임 후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사장도 10일 직원들과 함께 거리로 나서 ‘은퇴 관련 상품’ 판촉에 나섰다.

고양=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