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사회부 차장
바야흐로 이런 모기 같은 사이비들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전 분야에 걸쳐 맹활약 중인 사이비들은 모기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자신의 실체를 철저히 숨기고 둘째, 엘리베이터 같은 제도와 도구를 십분 활용해 활동 영역을 확장한다. 마지막으로, 위기가 닥치면 궤변으로 상대를 바보로 만드는 뛰어난 화술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여름 장마철이 서서히 다가오자 산사태나 홍수 위험을 경고하는 사이비 전문가도 등장하고 있다. 기존의 대책이나 정부의 재해 예방 시스템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생명파괴 토건사업”이라고 낙인을 찍는다. 시간당 어느 정도의 비까지 버틸 수 있는지 등은 공식처럼 나올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정부 발표라면 무조건 ‘엉터리’라고 깎아내린다. 재난 원인과 복구 대책을 자문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정권 하수인’이란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수십 년간 한길을 걸어온 진짜 전문가는 이런 횡포가 싫어 사이비가 설치는 분야에는 아예 발을 담그려 하지 않는다. 덕분에 사이비 전문가는 용역을 따내거나 자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기도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전문가는 자신에게 용역을 주지 않자 재해 예방과 관련해 온갖 매체에 터무니없는 사실을 퍼뜨려 곤혹스럽다”고 전했다.
이런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가짜 언론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인터넷 공간은 물론이고 신문 방송 등 기존 매체를 이용한 언론이 그야말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 사이비 짓으로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을 상대로 약점을 잡고 선거 때는 특정 후보 홍보에 열을 올린 뒤 이익을 얻는다. 민주화 이후 한국 언론은 그야말로 홍수 같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엉터리 보도라고 지적받으면 “언론탄압”이라며 오히려 목청을 높인다. “보수 언론의 독과점을 방조하는 시도”라는 주장도 단골 메뉴다.
이제 국회가 열리면 ‘소수의 목소리를 짓밟는 보수정당의 횡포’라거나 ‘색깔론을 덧칠하려는 보수언론의 공격’이라고 목청 높이는 이석기 김재연 국회의원을 목격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장단이 외교 안보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이들을 배제하고, 사이비가 아닌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북한을 바라보는 그들의 생각을 계속 물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모기의 생존권’을 보장할 것인가, 에프킬라를 뿌릴 것인가.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