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의 언어로도 작품활동 할 수 있게 한국 문단 門 넓혀야”
하종오 시인(58·사진)은 10년 가까이 이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타성을 꼬집는 시들을 발표해온 보기 드문 작가다. 2004년 시집 ‘반대쪽 천국’으로 시작해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입국자들’까지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 삶의 날것을 가감 없는 시어로 담았다. 지난해 출간한 시집 ‘제국’에서는 외국으로 나간 한국인들의 삶과 한국에 온 이주민들의 삶을 대비해 풀어가며 다문화 문학의 확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23일 서울시청 인근의 카페에서 만난 시인은 우리 문학의 폐쇄성을 꼬집었다. 한국에서 사는 이주민과 그들의 2세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작가들의 시도가 적다는 것이다.
다문화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2000년대 중후반에 집중됐다. 박범신의 ‘나마스테’(2005년), 김려령의 ‘완득이’(2008년), 손홍규의 ‘이슬람 정육점’(2010년) 등이 저변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화제가 된 다문화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경재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2000년대 중반 다문화는 문단 트렌드였다. 초기에는 이주민에 대한 연민, 동정의 시선이었다가 이내 이주민들을 대등한 관계로 봐야 한다는 인식의 작품들이 나왔다. 지금은 그 다음 단계의 새로운 미학적 의식이 나오지 않아 작품이 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정한 다문화 문학은 무엇일까. 현재까지는 한국인(정주민)의 시선으로 외국인(이주민)을 본 작품들이 나왔다. 하지만 몇년 안에 ‘이주민의 눈으로 본 다문화 문학’이 등장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 시인은 이 과정에서 “한글 중심주의를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작가들이 한국 문단에 나올 것이다. 걱정은 이들이 베트남어나 중국어 등 모계 언어로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폐쇄적인 한국 문단 상황에서 힘들지 않나 싶다.”
한국문학에 새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명철 광운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한국문학은 한글로 써야만 한다는 생각이 관례처럼 굳어져왔다. 다문화가정 2세들이 외국어로 작품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 한국문학의 범주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