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용역직원 “홧김에 불”경찰 “현금 노렸는지 수사”
27일 오후 9시 45분경 경기 용인시 풍덕천동 S아파트 단지 내 진입로에 있는 하나은행 현금입출금기(ATM) 부스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출동한 소방관이 곧바로 불을 껐지만 3000만 원 상당의 ATM 1대가 불탔다. 현장에 나온 경찰도 합선에 의한 화재와 현금을 노린 범행 가능성 모두 염두에 두고 확인에 들어갔다. 입출금기 안에 있던 현금 2800만 원은 그대로 있었다. 부스 안에 있던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지만 손상이 돼 확인이 불가능했다. CCTV 하드디스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복원을 요청하고 목격자를 통해 방화범의 인상착의를 확인하던 중 28일 오후 11시경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불을 지른 범인이고 서울시내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이 ATM 부스를 관리해온 용역경비업체 직원 조모 씨(32)였다. 조 씨는 범행 당일 업무를 마친 뒤 사복 차림으로 찾아와 현금 투입구에 휴지를 넣고 시너를 뿌린 뒤 불을 붙였다. 부스 안 공간이 좁았던 탓에 조 씨도 얼굴 등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조 씨는 “7년 정도 일했는데 급여가 적고 휴일에도 쉬지 못해 홧김에 불을 질렀지만 돈을 훔쳐갈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조 씨의 한 달 월급은 180만 원이다.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조 씨가 현금을 노린 것이 아닌지 보강수사를 벌여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용인=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