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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즐기는 수학

입력 | 2012-05-31 03:00:00


16세 인도계 독일 소년인 쇼리야 라이 군이 수학계 350년의 난제인 ‘뉴턴 퍼즐’을 학교 과제주간의 행사로 간단하게 풀어냈다. 뉴턴 퍼즐은 공중에 던져진 볼의 궤도를 계산해 볼이 벽에 어떻게 부딪쳐 튕겨 나올지를 예측하는 양자역학 문제로 아이작 뉴턴이 출제했다. 지금까지는 최고 물리학자들이 컴퓨터에 의존해서만 계산할 수 있었다. 주변의 칭찬이 쏟아지자 소년은 “문제를 풀 수 있었던 것은 천진난만함 때문”이라고 답했다.

▷천진난만함 때문에 문제를 풀 수 있었다는 말은 소년의 사고가 고정관념의 틀에 갇혀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난 소년은 수학을 즐겼다. 여섯 살 때부터 수학 실력이 상당했던 엔지니어 아버지로부터 수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부자(父子)가 밤늦도록 수학 문제와 씨름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고 부럽다. 그는 독일로 오기 전까지 신비로운 인도수학의 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인도인은 아라비아 숫자 ‘0’을 발견할 만큼 창의적이고 수학에 강한 민족이다.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거의 매일 수학을 공부하지만 수학을 즐긴다고 할 수는 없다. 수학은 한국 가정이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하는 과목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수학 사교육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은 학습지를 포함해 평균 2.55개, 중학생은 1.86개, 고등학생은 1.32개의 수학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과다할 정도의 노력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학창시절의 악몽’이거나 ‘실생활과 관계없는 학문’으로 남아있다. 대부분 학생들은 수학을 중요한 입시과목의 하나로 접근했다가 입시만 통과하면 담을 쌓는다.

▷객관적 지표로 보면 한국 학생들의 수학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력평가에서 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 순위는 65개 평가대상국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최상위권(상위 5%)의 성적은 상하이(중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중국)에 이어 5위로 떨어진다. 잠재적 수학 엘리트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좋은 징조가 아니다. 경시대회 수상실적의 대학입시 반영이 금지되면서 수학올림피아드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고 성적도 뚝 떨어졌다. 입시수학에서 벗어나 즐기는 수학으로 바뀌어야만 진짜 수학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