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진흥재단 ‘신문논술대회’ 1292명 응모해 123명 수상수상자들이 말하는 ‘신문’
서울 강북구 삼각산중학교 학생들이 신문기사에 나오는 그래프로 미래행복 지표를 만드는 모습. 신문활용교육(NIE) 시간에는 이처럼 글과 사진, 그래프 등 모든 요소를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동아일보DB
▼ 대상 대원외고 운여동 군▼
좋은 기사 ‘손가락지수’ 평가, 내가 편집국장이 된것 같아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 돼서 배우기 시작한 경제과목은 실망감을 줬다. 교과서 속 이론은 너무 재미없었다. 윤 군은 고민했다. 좀 더 흥미롭고 현실적인 경제지식을 얻을 수는 없을까. 책은 시의성에 한계가 있었고 인터넷은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파일을 만들기로 했다. 매일 경제기사를 하나씩 골라 노트에 붙였다. 중요한 개념에는 표시를 했다. 또 자기 스스로 기사평가 시스템인 ‘요절복통 손가락지수’를 만들었다. 손가락이 다섯 개면 최고의 기사, 한 개면 형편없는 기사라는 뜻이다. 윤 군은 “메모에 평가까지 마치면 내가 데스크나 편집국장이 된 것 같아 재밌다”고 말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경제기사가 점점 잘 읽혔다. 윤 군은 매일 신문을 읽으며 경제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중학부 금상 이수중 이예신 군▼
매일 아침 20분씩 신문읽기, 칼럼서 느낀점 블로그 올려
시사 얘기는 좀 어렵게 느꼈다. 예를 들어 전직 대통령의 검찰 조사에 관한 기사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어 아버지에게 물어가며 읽었다. 이 군이 기사를 읽고 한 달 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군은 “읽었던 기사들이 살아나는 기분이었고, 마치 내가 사건 현장에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이런 기분 때문에 매일 아침 신문을 읽는지.
어느 날 인터넷 뉴스와 신문에서 같은 내용을 너무 다르게 다루는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웠다. 어머니는 이 군에게 칼럼을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칼럼을 요약 정리해보고 자신의 생각을 썼다. 같은 사안에 대해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 있어 좋았다.
문득 직접 글을 써보고 싶었다. 이 군은 남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자신의 글을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계속 올린다. 그는 “신문은 내 글의 빈틈을 채워주고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고 말했다.
▼대학부 금상 성균관대 이재성 씨▼
해외봉사단 합격은 신문 덕, 세대 공감할 기사 쓰고싶어
봉사단은 여름방학 동안 중국 인도 브라질 태국 에티오피아에 파견돼 사막화 방지를 위한 초지 조성, 낙후 마을 시설 개·보수, 어린이 도서관 건립 같은 활동을 해야 한다. 2010년 지원했을 때는 떨어졌지만 두 번째에는 꼭 합격하고 싶었다. 그런 손자를 위해 할아버지가 기사를 스크랩해뒀다.
할아버지는 하루의 시작을 언제나 신문과 함께했다. 방바닥에 신문을 펴놓고 꼼꼼히 읽었다. 이 씨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나를 무릎에 앉히고 신문을 인생의 벗으로 삼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신문은 면접 준비에 최고였다. 봉사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개한 기사를 봤다. 100초 자기소개 스피치에 쓸 내용은 따로 메모했다.
면접은 술술 풀렸다. 아는 비정부기구(NGO)가 있느냐, 환경봉사를 왜 하려고 하느냐 등 질문이 쏟아졌다. 차분히 답했다. 할아버지가 준 기사에 나온 대로 웃으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이 씨는 최종 합격했다. “신문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할아버지 덕분에 신문의 매력을 느끼면서 장래 희망을 정했다. 기자. 그는 “세대가 모두 공감할 수 있고 사랑하는 이에게 보여줄 만한 기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