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플레이위드’여행연극 시리즈로
생생한 여행기 같은 연극 ‘인디아 블로그’로 대학로에서 인기를 모은 주인공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우 박동욱 전석호 씨, 연출 박선희 씨, 프로듀서 박지환 씨.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인디아 블로그’라는 제목처럼, 공연은 무대라는 형식을 빌린 입체적인 여행기에 가까웠다. 만든 사람들도 ‘과연 사람들이 보러 올까’ 반신반의했지만, 웬걸, 대히트였다. 두 달 공연의 평균 객석 점유율이 90%를 넘었다. 그해 12월 170석 규모의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2관으로 옮겨 재공연을 시작한 게 무기한 공연이 됐다. ‘여행 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었다.
2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공연의 주역들을 만났다. 연출자인 박선희 씨(42), 주인공 찬영과 혁진을 각각 연기한 박동욱(29) 전석호(28) 씨, 실험적인 초기작의 상품성을 알아본 눈 밝은 기획자 연우무대 박지환 기획PD(32)다.
2주쯤 지났을 때 반응이 확 일었다. 관객들은 보조석까지 꽉 채운 것으로도 모자라 언젠가부터 인도 옷을 입고 와서 무대에서 배우들과 춤판을 벌였다. ‘논문으로 다루고 싶다’며 한 달간 10번을 본 관객도 있었다.
이 ‘여행연극’의 탄생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 연출자인 박선희 씨는 집안일로 태국에 있을 때 대학 후배들로부터 ‘공연 한 편 올리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 그러면 태국으로 와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이들의 첫 여행연극 ‘태국 이야기’다. 태국을 여행하다 우연히 한 장소에서 만난 세 젊은이의 여행기를 담은 이 작품은 홍대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신감을 얻은 한양대 연영과 동문 세 사람, 박선희 전석호 박동욱 씨는 2010년 2월 인도로 떠나 한 달간 여행하며 ‘인디아 블로그’를 공동 기획했다. 함께 놀면서 공동창작한다는 취지로 극단 이름이 플레이위드다.
“진솔하게 여행 경험을 관객에게 전하자는 취지였어요. 주제를 ‘첫사랑’으로 잡고 매일 저녁 창작회의를 했죠. 오늘 뭘 보고 뭘 느꼈나. 배우 자신의 언어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끄집어냈죠. 20대 중후반 배우들이 딱 자신들이 살아온 만큼의 얘기를 한다는 것, 그것이 관객의 눈높이에 맞아 공감을 얻은 것 같아요.”(박선희)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