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도 오지 않는 李 취재진이 31일 국회 제2의원회관 5층에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무실 앞에서 이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국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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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동작구 사당동 D아파트 이 의원 자택과 이 의원이 직접 운영했던 ‘CN커뮤니케이션’(옛 CNP전략그룹)을 찾았지만 이 의원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낮 12시 30분경 취재팀이 이 의원 자택을 찾았을 때 자신을 이 의원의 친형(67)이라고 밝힌 남성이 혼자 집을 지키다 취재진에게 직접 문을 열어줬다. 그는 이 의원과 아주 닮은 모습이었다.
이 의원의 자택은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다. 현관에 들어서자 벽면에 ‘백성을 하늘같이 여겨라’는 뜻인 ‘이민위천(以民爲天)’이란 글씨가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소전체(小篆體)로 쓰인 이민위천의 ‘이(以)’자는 얼핏 보면 해서체의 백(百)자로 보였다. 이 의원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통번역학과 출신으로 한자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벽면에 걸린 이집트 그림 액자 아래 탁자에는 이 의원 가족사진이 놓여 있었고 사진 앞으로는 ‘당선’이라는 검은 글씨가 적힌 분홍색 띠가 늘어뜨려져 있었다.
이 의원의 서재 안 책장은 손으로 접은 종이별이 담긴 유리병 2개를 제외하고는 사회주의 관련 책들로 빼곡했다. 민족통일연구소 이찬행 연구위원이 쓴 책으로, 김정일의 출생부터 책이 출판된 2001년까지 김정일의 모든 삶이 다 담겨 있다고 평가받는 ‘김정일’을 비롯해 베트남 공산혁명 세력의 실질적 지도자였던 호찌민의 일생을 다룬 ‘호찌민 평전’ ‘엥겔스 평전’ ‘전태일 평전’ ‘김대중 옥중 자서전’ 등이 책장을 채우고 있었다. 이 의원의 목재 책상 왼편으로는 조그만 태극기가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달력에는 초록색 색연필로 ‘통합진보당 통진당 이석기 김재연 함께 나눔’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형 이 씨는 “이 글씨는 내가 적은 것”이라며 “가끔 동생 집에 들러 잠을 자는데 혼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일본에서 법대를 나온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며 “동생이 평소에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CN커뮤니케이션 사무실도 굳게 잠겨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무실을 여의도 인근으로 이전하려고 준비 중이며 양재동 사무실의 집기는 모두 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