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된 지혜의 보고 안에 1000만권 마음의 양식이
메모리얼데이 즈음은 미국의 큰 연휴 중 하나이며,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연휴 동안 여기저기서(백화점은 물론 동네 가게까지도!) 할인판매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침 뉴욕 맨해튼에 있던 나는 어마어마한 인파 속에 휩쓸려 다녀야 했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다는 미국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 보행자 천국으로 변한 맨해튼
맨해튼에서 잡아탄 택시의 운전사는 끊임없이 불평을 해댔다. “일부러 브로드웨이는 피해 다닌다”는 소리까지 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타임스스퀘어 인근의 브로드웨이처럼 서울의 광화문 앞이나 종로 길을 보행자 전용으로 바꾸거나, 아니면 차도를 좀 줄이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지금보다 ‘더 젊었던’ 날 잠시 뉴욕에 머문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그리워 미국에 갈 때마다 기회가 닿는 한 들러 보려 애쓴다. 당연히 이번 미국 여행 일정에도 뉴욕을 우선적으로 포함시켰다.
내가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두 군데 있다. 뉴욕공공도서관(The New York Public Library)과 맨해튼의 입구인 브루클린 다리다. 우선 뉴욕공공도서관을 소개하고, 다음 주에 브루클린 다리에 얽힌 이야기를 다뤄볼까 한다.
○ 뉴욕에 가면 도서관에 가보자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곧잘 책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열람실을 찾곤 했다. 책을 읽다 거대한 창 너머로 비 갠 하늘의 햇살이 고개를 내밀면 도서관 뒤에 있는 브라이언트 공원으로 갔다. 공원에 앉아 있으면 마천루에 둘러싸인 초록색 그늘이 행복감과 여유로움을 선사했다.
“도서관은 이유 없이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도서관은 오직 스스로 찾아온 자만을 돕는다.” 뉴욕공공도서관의 발전을 위해 많은 돈을 기부했던 앤드루 카네기의 말이다. 도서관은 도심 속의 ‘섬’이 되어, 바쁜 삶의 와중에 인생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누군가 나에게 뉴욕 여행에 관한 조언을 구한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뉴욕공공도서관에서 조금은 긴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들고 도서관 옆 공원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의 추억이 뉴욕 여행에서 가장 큰 기쁨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기에.
이장희 일러스트레이터 www.tth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