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틀 ‘시체를 대령하라’
이 책은 ‘울프 홀’의 후속작이자 그가 예정한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편에서 마침내 헨리 8세의 사랑을 차지하고 왕비가 된 앤 볼레인의 몰락을 그리고 있다. 헨리 8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들의 주인공이 주로 헨리 8세 혹은 앤 볼레인인 데 비해 맨틀의 3부작은 제1대 에식스 백작인 토머스 크롬웰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제1대 백작이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크롬웰은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장관의 자리에 오르고, 그에 따라 귀족의 칭호를 받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울프 홀’에서 크롬웰은 앤 볼레인을 도와 헨리 8세가 첫 부인과 이혼하고 바티칸과 절연한 후 영국 성공회를 만들도록 하는 데 큰 공헌을 한다. 대장장이의 아들에 불과한 크롬웰이 어떻게 상인으로 성공을 거두고 그 이후 앤 볼레인과 결탁해 그 자신은 신분 상승을, 앤 볼레인은 왕비의 꿈을 이루게 만드는지가 ‘울프 홀’의 핵심이다. 후속작은 원하던 바를 얻은 두 사람의 동맹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이 영리한 두 남녀의 두뇌 싸움의 승자가 과연 누구인지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결국은 조금 더 ‘영리하게 처신한’ 크롬웰이 승리하고 앤 볼레인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2008년의 경제 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제 한파’가 다시 찾아왔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영국 정부에 대해 영국 국민들은 공개적으로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크롬웰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과 뛰어난 정치 감각을 가진 정치가가 나타나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참고로 영국 내전 당시 공화정을 수립하는 올리버 크롬웰은 이 토머스 크롬웰의 누이인 캐서린 크롬웰의 현손(玄孫·증손자의 아들)이다.
런던=안주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