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니나 자블론스키 지음·진선미 옮김/328쪽·1만7800원·양문
피부는 과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얇은 막에 불과한 것일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는 3억 년에 걸친 인류 피부 진화의 역사를 연구해 왔다. 이 책에서 그는 피부가 가진 생물학적, 사회문화적 의미를 폭넓게 고찰한다.
한 사람이 가진 피부의 평균 넓이는 약 2m²(약 0.6평), 무게는 4kg이다. 우리 신체에서 가장 크고 뚜렷하게 보이는 기관이기도 하다. 몸을 보호하고, 감각을 느끼고, 정보를 수집하고, 나를 알리는 광고판이며, 타인과 관계를 맺는 역할을 하는 핵심 기관이 피부다.
사람 피부에 털이 없는 이유는 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뇌 용량이 커서 몸 안팎에서 발생하는 많은 열을 효과적으로 식혀야 하는 인간은 다른 포유류보다 훨씬 많은 땀을 흘리고 빨리 증발시키기 위해 털을 없애게 됐다는 설명이다. 온몸이 털로 뒤덮인 개는 땀을 흘리기보다는 혀를 내밀고 헐떡거리며 더위를 식힌다. 또 인간은 다른 포유류처럼 털을 곤두세울 수 없기 때문에 얼굴 피부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진화시켰다.
피부를 벗겨 버리고 근육조직을 노출시킨 인체 표본의 모형인 ‘에코르셰’. 피부를 벗겨내면 개성과 관련된 특성도 거의 사라진다. 양문 제공
그런데 백인들이 검은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감정도 없고, 수치심도 없는 열등한 존재(피부색이 옅은 사람들은 부끄러울 때 얼굴이 붉어지는 게 눈에 잘 뜨인다)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피부색이 인종이라는 파괴적 개념과 연계됨으로써 인류의 분열에 기여한 것은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한다.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큰 성(性) 기관이기도 하다. 섹스에서 얻는 기쁨의 대부분 또는 상당 부분은 피부 접촉에서 얻어진다. 이렇듯 피부는 중요한데도 사람들은 그 존재 의미를 평소에 느끼지 못한다. ‘낯짝 두껍다’ ‘얼굴빛도 변하지 않고 거짓말한다’ ‘닭살 커플’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면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