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오상조 사진/116쪽·6만 원·눈빛출판사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웅장해지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성쇠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눈빛출판사 제공
누구도 겪어 보지 못했을 과거의 수많은 변화를 묵묵히 보아온 산증인. 카메라에 원경으로 찍힌 당산나무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어떤 나무는 도로 옆으로 위태롭게 밀려 나와 마을 밖으로 내쫓길 운명에 처하기도 하고, 보호수로 지정받아 철창 속에 갇혀 버리기도 한다. 또 다른 당산나무는 밭 한가운데 고립된 채 쓸모없는 고목이 돼 버렸다. 삶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을공동체의 쇠락을 상징한다.
그러나 마을은 변했어도 나무는 그대로다. 초라한 마을 주변 모습에 비하면 나무의 웅장한 자태는 여전하다.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을 엿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