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꼭 보여주고 싶은 서양명화 101/김필규 지음/263쪽·2만 원·마로니에북스
두툼한 책장을 펼치면, 손주 다섯을 앉혀놓고 그림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눈 속의 사냥꾼’(1956년)을 두고 할아버지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북유럽에는 이상기후로 한파가 휩쓸고 지나갔다는구나. 그때 빙하시대의 눈발이 그림 속에서도 휘날리는 모양이구나. 그 시절은 기후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혹독했단다. 네덜란드에 침입한 스페인의 펠리페 2세가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려고 온갖 압박을 가했거든.”
프랑스 화가 쇠라의 ‘아니에르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1884년)에서는 찌는 듯한 여름날 오후의 강변 풍경을 통해 점묘법과 동시대 인상주의 작품들의 차이를 풀어낸다. 마티스의 ‘춤’(1910년)에서는 ‘여인들이 어떤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것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야수파를 언급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