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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오미사악(五美四惡)

입력 | 2012-06-04 03:00:00

五: 다섯 오 美: 아름다울 미
四: 넉 사 惡: 악할 악




‘존오미병사악(尊五美屛四惡·다섯 가지 미덕을 존중하고 네 가지 악을 물리치다)’의 준말로, 공자의 제자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정치에 종사할 수 있느냐고 여쭈어보자 한 말이다. ‘오미(五美)’란 “은혜를 베풀면서도 낭비하지 않고, 수고롭더라도 원망하지 않으며, 욕망은 있어도 탐욕은 없고, 느긋하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은 것이다(惠而不費, 勞而不怨, 欲而不貪, 泰而不驕, 威而不猛).”(논어 ‘요왈(堯曰)’ 편)

이 말에 대해 보충설명을 부탁하자 공자는 친절하게 이렇게 부연했다. 백성들이 이롭게 여기는 바에 따라 이롭게 하고, 그들이 수고롭게 할 만한 일을 가려서 하며, 인(仁)을 이룩하고자 하고, 함부로 오만하게 굴지 않고 의관을 바르게 하면서 적당한 위엄을 갖추되 넉넉한 마음씨를 지니는 것이다.

공자보다 48세나 어린 자장은 정치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자장이 다시 ‘사악’이 무엇이냐고 여쭙자 공자는 “가르쳐주지도 않고 죽이는 것을 잔인하다 하고, 경계하지도 않고 성공을 보려는 것을 포악하다 하며, 명령은 태만히 하고 기한 안에 이루려는 것을 해치는 것이라 하고, 오히려 남에게 주어야 하는데도 출납을 인색하게 하는 것을 쩨쩨한 벼슬아치라고 한다(不敎而殺謂之虐, 不戒視成謂之暴, 慢令致期謂之賊, 猶之與人也, 出納之吝謂之有司).”

공자의 말처럼 ‘학(虐)’ ‘포(暴)’ ‘적(賊)’ 등의 단어는 결국 위정자가 저지르게 되는 악행과 관련된 것이다. 논어 ‘위정(爲政)’ 편에서 자장이 녹봉을 구하는 법을 물었을 때도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으면 녹봉은 그 안에 들어 있다(言寡尤, 行寡悔, 祿在其中矣)”고 했으니 공자가 말하고 있는 이상적인 정치는 군자다운 마음과 선비의 자세로 원칙을 견지하면서 ‘위정이덕(爲政以德)’, 즉 도덕과 예교로 국가를 다스리는 자세가 정녕 백성을 위하는 길인 셈이다. 이상적인 정치란 이렇듯 모두가 공감하는 그런 상식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